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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스포츠 예능 ver 2.0…‘보는 예능’에서 ‘체험형 예능’으로

tvN 스포츠 예능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사진 tvN 방송화면 캡쳐

지난 1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예능 ‘라켓보이즈’는 배드민턴을 소재로 한다. 배드민턴은 여러 의미로 한국 스포츠에서 아이러니한 입지를 갖고 있다. 추산치로 동호인이 300만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저변이 넓지만 스포츠 전체로 따지면 비인기 종목에 속한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여자 복식의 김소영·공희용조가 동메달을 하나 수확했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제작진에게는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넓은 저변이니 그만큼 이야기도 많다. 배드민턴 팀을 꾸린다면 맞붙을 다양한 캐릭터의 팀도 많다. 실제 출연진들은 다양한 나이대, 사연을 가진 팀들과 대결하며 색다른 울림을 만들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스포츠 예능이 한 발짝 나아가는 성장사와도 같다.

SBS 스포츠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 방송 장면. 사진 SBS

초반 우리나라 스포츠 예능의 콘셉트는 ‘유명 연예인과 유명 국가대표의 대결’이었다. 2000년대 중반 방송됐던 MBC ‘일밤-대단한 도전’이나 이후 방송됐던 ‘불멸의 국가대표’ 그리고 최근 방송 중인 ‘노는 언니’ ‘노는 언니’ 시리즈는 모두 이렇게 국가대표까지 지낸 경기인들이 나와 MC인 연예인들과 스포츠 종목을 말 그대로 배워보는 형식이었다.

특히 최근처럼 스포츠 출신 예능인들이 많이 탄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예능인의 수급처를 찾는 많은 제작진에게는 단비와 같았다. 농구의 허재와 서장훈, 하승진, 배구의 김요한, 축구의 안정환이나 이동국, 야구의 홍성흔, 김병현, 박찬호 등의 예능 도전은 이러한 시류를 타고 가능해졌다.

하지만 조금씩 이러한 유명 연예인과 유명 스포츠인의 사이에 평범한 동호인들의 참여가 늘기 시작했다. 그 시초로는 2010년대 말 중반 방송됐던 KBS2의 ‘우리동네 예체능’이 꼽힌다. 강호동이 주축이 된 MC들은 테니스, 배구, 유도, 사이클 등 다양한 종목에 도전하면서 동호회 대회에 출전했고 결과적으로 종목의 재미를 조금씩 알리는 마중물의 역할을 했다.

SBS 스포츠 예능 ‘편먹고 공치리’ 방송 장면. 사진 SBS 방송화면 캡쳐

이후 방송된 ‘뭉쳐야…’ 시리즈 역시 스포츠 전설들의 출연이 주가 되지만 동호인들과의 대결을 빼놓고 나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뭉쳐야’ 시리즈가 축구와 농구에 걸쳐 팬을 늘리자 tvN은 이에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배드민턴으로 화답한 셈이다.

최근 SBS ‘편먹고 072’ 등 봇물 터지고 있는 골프 예능과 SBS ‘골 때리는 그녀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여자 축구 역시도 과거 국가대표 경기인 출신의 출연보다는 문외한인 출연자들이 점점 종목을 통해 실력이 늘고 성장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MBC에브리원 역시 여자 동호인 야구를 주목하는 ‘마녀들’ 시리즈로 한 몫 거들고 있다. 국가대표 경기인들의 화려한 기술을 보는 ‘볼 거리’에서 직접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체험형’으로, 스포츠 예능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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