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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초점] ‘어마어마한 검증’했다더니…거듭된 ‘1박2일’ 캐스팅 잔혹사

KBS2 예능 ‘1박2일 시즌 4’ 포스터. 사진 KBS

지난 2019년 12월 KBS 이재우 예능 센터장은 ‘1박2일’의 네 번째 시즌이 시작되는 자리에서 “제작진은 출연자 검증을 ‘어마어마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시즌 3 당시 정준영의 스캔들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공영방송이라 자부했던 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 깊은 생채기가 난 상태였다. 이 센터장은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한 게 없는지 살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이 유망주로 내세웠던 이가 바로 배우 김선호였다. 지난 2년간 방송 중 수시로 “사고쳐서 하차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1박2일 시즌 4’의 멤버 중 결국 믿었던 김선호가 프로그램에 비수가 돼 와 꽂혔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호평으로 동시 출연 중이던 ‘1박2일’의 브랜드 가치 역시 급등하려는 찰나 비극은 시작됐다.

사생활 관련 폭로로 하차한 김선호의 사례로 ‘1박2일’ 캐스팅 잔혹사가 누리꾼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또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검증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출연자들을 바라보는 관찰 카메라는 더욱 정밀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행적은 많이 남는데, 제작진은 그것을 일일이 가려낼 수 없다. 지난해 학교폭력 이슈나 이번의 사생활 이슈처럼, 과거 은밀히 행해진 일이고 본인이 입을 다물면 검증해낼 재간이 없다.

2007년 첫 방송된 ‘1박2일’은 15년에 육박하는 역사만큼 많은 논란도 만들었다. 시즌이 넷까지 나눠진 이유도 결국 유종의 미를 거둔 시즌 1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연자가 하차하는 등 피치못할 사정 때문이었다. 시즌 1에는 가수 MC몽이 고의 발치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5년을 이어오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미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MC몽의 방송 복귀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호동 역시 2011년 탈세의혹으로 방송을 한 번 떠났다 돌아오기도 했다.

사생활 폭로 관련 논란으로 지난 20일 KBS2 예능 ‘1박2일 시즌 4’에서 하차한 배우 김선호. 사진 스포츠경향DB

시즌 2에서는 이수근이 2013년 불법 인터넷 스포츠 도박 혐의로 하차했다. 이수근의 하차로 힘을 잃은 시즌 2는 결국 출범한 지 2년도 가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2013년부터 6년간을 이어왔던 시즌 3에서는 메가톤 급 이슈가 터지고 말았다. 2017년 멤버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데 이어 2019년 멤버 정준영이 불법촬영물 제작 및 유포의 혐의로 하차하면서 시즌 자체가 휘청였다. 게다가 당시 멤버 차태현과 김준호가 2016년 태국에서 내기골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결국 시즌 1에 이어 긴 사랑을 받았던 시즌 3는 부침 속에 막을 내렸다.

그렇게 6개월을 기다리다 돌아온 ‘1박2일 시즌 4’였기에 무엇보다 출연자와 관련된 리스크는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반드시 방지해야 하는 요소였다. 제작진은 배우 연정훈이나 김선호, 가수 딘딘, 라비, 개그맨 문세윤 등 기존 예능에서 잘 소비되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로 승부를 걸었지만 결국 2년도 가지 못해 김선호의 사생활 이슈가 터졌다. 김선호의 하차 소식이 전해진 지난 20일 ‘1박2일’ 제작진과 출연진의 분위기는 다시 침통해졌다는 전언이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관찰 예능 형태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출연자 검증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하지만 제작진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이슈가 생길 경우에는 굉장히 난처할 경우가 많다. 결국 사전 인터뷰나 소속사와의 교류 사이에서 리스크를 걸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카메라가 출연자의 곁으로 더욱 다가설수록 이러한 검증 논란은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 다시 ‘1박2일’은 출연자 캐스팅의 잔혹사로 존폐의 기로에 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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