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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한약 치료 효과…가미귀비탕의 비밀

한방내과_박정미 교수.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란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있는 상태다.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빠른 시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한방내과 박정미 교수팀이 이러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 한약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노화와 스트레스로 생기는 경도인지장애

경도인지장애의 주된 증상인 건망증에 대해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주요 원인으로 사색을 지나치게 하여 심(心)이 상해서 혈(血)이 줄어들어 정신(神)이 불안정하다는 것과 비(脾)가 상해 위의 기능(胃氣)이 쇠약해지고 피곤해져 생각이 더 깊어져서 발생한다고 설명돼 있다. 이를 기본으로 한의학에서는 그 원인을 여러 가지 요인에서 파악하고 있다. 첫째 생각이 너무 많거나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경우, 둘째 노화로 인하여 장기와 심신의 기능이 떨어지고 신체가 허약해져 정신 작용이 약해진 경우, 셋째 몸 안의 체액이 여러 원인으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 경우(담음), 넷째 피가 몸 안의 일정한 곳에 머물러서 생기는 어혈이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기억 상실형 경도인지장애 대상 가미귀비탕 치료효과 및 안전성 연구

박정미 교수 연구팀은 기억 상실형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으로 가미귀비탕의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대상은 서울신경심리검사(SNSB)를 통해 신경과 전문의에 의해 기억 상실형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환자 중 △최근 2주 이내에 인지 관련 약물치료를 받지 않았으며, △기저질환에 대한 복용 약물의 변화 없이 안정된 상태이며, △GDS=3, CDR=0.5 K-MMSE=정상인 환자로 하였다. 인지기능 장애 외에 다른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는 뇌 질환이 있는 환자, 기타 뇌혈관 질환의 증거가 있는 환자, 중증의 내과 질환자, 혈액검사 상 임상적으로 유의한 이상이 있는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하여 최종적으로 시험군 16명, 대조군 14명이 연구를 마쳤다.

■가미귀비탕 24주간 복용 후 치료효과 확인

연구팀은 시험 대상자들을 가미귀비탕을 복용하는 시험군과 위약을 복용하는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을 하고, 1일 3회(1회 3.0g), 1회 1포씩 경구 섭취하여 총 24주간 복용하였다. 가미귀비탕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초기평가 시와 약물 복용 24주 차에 SNSB 총 2회 시행하였으며,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초기평가와 약물 복용 24주 차에 MRI 검사를 시행하였고, 초기평가와 12주 차, 24주 차에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시행했다.

SNSB-D는 SNSB의 5개 인지 영역의 하위검사 중 배점이 가능한 일부 검사 결과를 합산한 GCF(Global cognitive function) 점수를 제공한다. 총 300점 만점이며 주의력이 17점(6%), 언어능력이 27점(9%), 기억력이 150점(50%), 시공간 능력에서 36점(12%), 집행기능이 70점(23%)의 비중을 차지한다. SNSB에 포함된 기타 인지기능 검사 중 CDR은 치매의 전반적인 증상 및 심각도를 평가하기 위한 대표적인 도구로, 총 6개 영역(기억력, 지남력, 판단력 및 문제해결 능력, 사회활동, 집안 생활과 취미, 위생 및 몸치장)을 각각 0~5점으로 평가하여 합산한 CDR-SB(Sum of Boxes) 점수를 제공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정상 인지에 가까운 것을 의미한다.

■CDR-SB 치매 평가에서 유의하게 호전

연구 결과 가미귀비탕을 복용한 시험군에서 CDR-SB가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호전되었고, 전체 SNSB-D 점수는 물론 SNSB-D 중 기억력 영역, 언어적 기억력 및 시각적 기억력 항목이 초기평가와 비교해 유의하게 호전되었다. 또한, 이상 반응 발생률은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모두 가벼운 이상 반응이었다. 생체징후,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 MRI 검사상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 좌측 상단 그래프: SNSB-D 점수 변화
* 우측 상단 그래프: SNSB-D 중 기억력 점수 변화
* 하단 그래프: CDR-SB 점수 변화
* KGT: 가미귀비탕군, Placebo: 위약군

환자들은 가미귀비탕복용 이후 CDR-SB가 가미귀비탕군(1.53 ± 0.64 →1.13 ± 0.62)이 위약군(1.61 ± 0.88→1.75 ± 0.94)에 비해 유의하게 호전하였으며(p=0.045), SNSB-D 점수는 가미귀비탕군 내에서(176.00 ± 24.76→198.47 ± 31.29) 초기평가와 비교해 유의하게 호전되었다(p<0.001). 또한, SNSB-D 중 기억력(57.88 ± 17.76→74.34 ± 22.66)이 초기평가와 비교해 유의하게 호전되었다. (p<0.001)

기억력 영역 중 언어적 기억력(SVLT recall,19.56 ± 5.64→23.63 ± 7.47), 시각적 기억력(Rey recall 20.00 ± 10.30→29.91 ± 13.54, Rey recognition 5.88 ± 2.55→7.63 ± 1.89) 항목이 가미귀비탕군 내에서 초기평가와 비교해 유의하게 호전되었다(p=0.003, p<0.001, p=0.002). 추가로 이상 반응 발생률은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으며(p=1.0), 모두 가벼운 이상 반응이었고, 생체징후,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 MRI 검사상 이상소견은 나타나지 않았다.

■원지, 인삼, 황기, 당귀 주원료 가미귀비탕

‘가미귀비탕’은 귀비탕에 시호, 치자, 목단피를 가미한 처방으로, △원방인 귀비탕(歸脾湯)은 건망과 함께 불면, 불안, 심계, 식욕부진 등에 사용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 저하뿐 아니라 불안, 우울 등의 심리 증상들이 흔히 동반되며, 이 경우 더 심한 인지 저하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박정미 교수는 “실제 임상에 있어서 전반적인 인지기능 및 기억력 개선과 우울, 수면장애 등의 동반 증상 치료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정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가미귀비탕을 사용함으로써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해 인지기능 및 기억력 개선을 위한 안전한 치료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한 임상 연구다”라며 “경도인지장애 환자 및 보호자에게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해외 SCI급 학술지인 ‘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 2021년 10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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