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경X현장]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질곡의 현대사와 대중가요의 만남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문을 여는 순간 익숙한 노랫말이 들려왔다. 듣는 누구든 자신이 겪었던 사랑과 상처가 눈 앞에 떠오르는 바로 그 곡이다.

지난 27일 서울시 중구 정동의 한 연습실에서는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배우들의 눈빛, 몸짓 하나하나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백만송이의 사랑’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대중가요로 꾸며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뮤지컬과 콘서트의 특징을 결합해 흥겨운 분위기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았다.

큰 뜻을 위해 이별해야만 했던 독립운동가와 기생, 두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빨간 구두의 매력적인 여인,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군대로 떠난 대학생, 의지가 굳은 학생운동 출신의 여공, 바람둥이 스타일의 훈남, 월드컵의 열기로 하나 된 사람들 등 질곡의 근현대사를 헤쳐온 6커플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짙은 샥~스폰 소릴 들어 보렴~’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스태프들의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슬픔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시킨 고선웅 연출의 재기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독립군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등 주옥같은 대중가요들이 격변기를 살고 있는 이들의 애환과 사랑을 담아낸다.

오후 첫번째 연습을 마친 후 스태프들은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 감독과 스태프들은 배우들의 동선과 연기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안무 감독은 배우들의 손짓 하나하나까지 고쳐줬다.

고선웅 감독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뮤지컬 ‘광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공연계 대표 극작가 겸 연출가다. 고 감독은 “‘백만송이의 사랑’은 지난 100년간 격변기를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중가요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당시 히트곡들은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6커플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만 송이의 사랑’은 11월 5~6일 한에서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으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초연을 올린 후 19~20일 하남문화예술회관 검단홀, 26~27일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에서 공연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