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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의 혁신적 실험, 신준우는 김하성을 꿈꾼다

히어로즈 신준우 |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에서 가장 혁신적인 팀이다. 기존 구단들과 달리 과감한 실험에 나서는 ‘벤처 구단’에 가깝다. 이번 시즌 중반에는 주장을 22세 김혜성에게 맡겼다. 다른 구단들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10월, 히어로즈는 또다른 실험에 나섰다. 유격수 김혜성을 2루수로 출전시키면서 유격수 자리에 신인급 내야수를 번갈아 기용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긴장도가 높은 경기에 신인 내야수를 기용함으로써 경험치를 빠르게 키우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마무리 조상우를 6회 또는 7회 하이레버리지 상황에 등판시키는 실험과 함께 였다. 다른 팀이었다면 당장의 1승이 급한 상황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유격수 신준우는 ‘실험 대상’이었다. 시즌 초반 대수비로 나섰던 신준우는 김휘집 등과 함께 번갈아 선발 유격수로 나섰다. 신준우는 10월에만 12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첫 시즌 성적표는 56경기, 51타석 타율 0.167. 타율은 낮았지만 1군 경기 선발 출전 경기 경험과 51타석은 성장을 위한 귀한 발판이다.

신준우는 전화 인터뷰에서 “전반기 대수비 때가 오히려 긴장감이 컸다. 10월에 선발 출전 때는 오히려 긴장이 덜 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잘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신준우 | 키움 히어로즈 제공

신준우는 수비 코치를 오래 한 홍원기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안정적 수비를 자랑한다. 타구의 움직임에 풋워크와 글러브 움직임 등 리듬감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하다. 수비 훈련 때의 모습은 공을 따라가 잡는 것이 아니라 공이 와서 안기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신준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비가 너무 재밌었다. 누구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비는 한국야구 유망주들에게 기피 대상이다. 넘어지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을 지켜보는 타격 훈련과는 다르다. 게다가 한국야구는 ‘공격력’에 많은 돈이 주어진다. 국가대표를 꾸릴 때마다 내야수 선발이 여의치 않은 것 역시 수비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이정후도 “1군에 남아 있으려면 수비가 중요하지만, 주전이 되려면 타격을 잘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신준우는 조금 다르다. 신준우는 “이상하게 타격보다 바운드 맞춰서 스텝 연결하는 게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말처럼 주전이 되기 위해서는 타격이 뒷받침 돼야 한다. 히어로즈가 1승이 중요한 10월에 선발 기회를 준 것도 1군 투수들의 공을 익히고, 분위기를 느끼면서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를 갖게 하기 위해서다.

고흥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신준우 | 키움 히어로즈 제공

고흥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신준우는 “타석에서 무조건 잘 하고 싶다 보니 못 치는 공에 자꾸 방망이가 나갔다”면서 “오윤 코치님과 함께 훈련 때 티바의 위치를 옮겨가며 내가 잘 칠 수 있는 존을 공략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김하성도 데뷔 첫 해 성적은 60경기 59타석, 타율 0.188이었다. 선발 출전 경기는 10경기였다. 신준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준우는 “히어로즈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팀이다. 보이지 않는 치열함이 존재한다”며 “기회가 온다면, 꼭 잡을 수 있도록 준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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