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경X공연] ‘지킬앤하이드’, 흥행 이유 있다

‘지킬앤하이드’.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17년간 흥행을 이어올 수 있는 이유를 확인한 무대였다.

‘지킬앤하이드’는 소설을 원작으로 1997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 연출가 스티브 쿠덴이 의기투합해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탄생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2004년 신춘수 프로듀서가 논 레플리카 제작 방식으로 한국에서 꽃을 피웠다. ‘지킬앤하이드’가 이렇듯 오랜 사랑을 받은 이유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프로듀서의 역할이 큰 셈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명곡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럽게 지킬 박사가 몸을 던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극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지킬과 하이드(홍광호)가 부르는 ‘대결(The Confrontation)’ 은 온 몸에 전율을 선사한다. 지킬의 선한 목소리는 이내 깊은 어둠의 바다에서 나오는 듯한 굵은 쇳소리로 바뀌었다. 홍광호는 찰나의 순간 지킬의 음역과 하이드의 음역을 교차시키며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한다.

‘지킬앤하이드’는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가지 인격을 동시에 무대에서 표현하기에 깊이있는 내면연기를 필요로 한다. 선량하고 따뜻한 의사인 지킬과 냉혹하고 무자비한 하이드의 감정선을 연기와 노래로 동시에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여기에 주연 배우 못지않은 조연·앙상블의 연기는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 루시 역을 맡은 선민은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 ‘시작해 새 인생(A New Life)’를 통해 지킬을 사랑하고 하이드에게 고통받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엠마 역을 맡은 조정은은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Take Me as I Am)’, ‘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등 고음을 정제된 소리로 소화하며 관객들에게 울림으로 다가갔다. 조정은의 청아한 목소리와 선민의 풍부한 성량이 어우러진 ‘그의 눈 속에(In His Eyes)’는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2층 구조를 기본으로 한 다이아몬드 형의 무대와 1800여 개의 메스실린더를 가득 채워 넣은 높이 6m의 지킬 실험실 세트, 빅토리아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한 의상,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천둥소리,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년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