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경연예연구소] ‘개승자’, ‘고인물’들의 잔치 되지 않으려면

KBS2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 첫 경연 주요 장면. 사진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폐지후 1년 반, 코미디를 계승하기 위해 나타난 KBS의 새 공개 코미디 ‘개승자’의 첫 라운드 경연이 끝났다. ‘개콘’ 시절과 달리 ‘개승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의 긴장감 그리고 코너를 구성하기 위한 개그맨들의 준비과정을 녹여 한 무대를 총 3주에 걸쳐 내보냈다.

결과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개그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유명하고 ‘맛있는 녀석들’ 등을 통해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유민상의 팀이 연패를 거듭한 끝에 탈락했다. 반면에 인지도가 거의 없는 공채 29기 이후의 신예들로만 구성된 ‘신인팀’이 99명의 판정단 중 무려 93명의 선택을 받는 반전에 성공했고, 타 팀들로부터 “탈락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받은 이승윤 팀 역시 89표의 높은 득표율로 생존에 성공했다.

단 한 번의 경연으로 평가하기에 아직 이르긴 하다.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의지와 상충되는 부분이 크게 눈에 띄었다. 출연한 팀들의 대부분은 그들이 가장 잘 하는 형식을 택했다. 이수근 팀의 음악, 김준호 팀의 좀비 소재, 김원효 팀의 상황극, 이승윤 팀의 몸개그 등은 앞서 ‘개콘’ 시절부터 익히 봐오던 것이었다. 탈락한 유민상 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다른 팀에 비해 간절한 준비가 부족해보였다는 인상마저 줬기 때문에 탈락의 쓴 맛을 본 것이었다.

KBS2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 첫 경연 주요 장면. 사진 KBS

많은 개그맨들이 1년 반 전 ‘개콘’ 시절 막바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던 많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으며, 일부 팀의 경우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긴장감 때문인지 무대에서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팀 구성 역시 처음의 기대와는 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코미디가 움트기 위해서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승자’는 팀장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유명한 팀장에게로 코너의 힘이 쏠리는 시스템이었다. 자연스럽게 신예들의 역할은 한정됐다. 신인팀이 그 가능성에 비해 13팀 중 단 한 팀이었다는 사실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하나의 신인팀 패기는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 개그맨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각오로 비대면 시대의 화상회의를 소재로 한 개그를 선보였다. 비록 무대에는 한 명만이 올랐지만 영상을 통해 다채로운 구성을 보이면서 코미디 무대라는 공간적인 한계를 가볍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승윤 팀 역시 유튜브 시대에 많은 이들이 익숙한 ‘알고리즘’을 소재로 유튜브를 사용하다보면 겪는 다양한 상황을 구성해 공감대를 높였다.

‘개승자’는 공개 코미디 부활을 위한 사명으로 편성됐다. 부활은 익숙함으로의 부활이라는 뜻도 되겠지만 발전과 영속을 위해서는 새로움을 향한 부활이어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고인물’들의 잔치로 보일 경우, ‘개콘’의 전철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첫 방송을 통해 부활의 물꼬를 텄지만 첫 경연은 많은 부분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시대도 변했고, 개그도 변해야 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