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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신규 외인 ‘100만 달러’ 상한 규제인가

KIA 총액 16만 달러에 지난 시즌 중 영입한 보 다카하시. 연합뉴스

2018년 9월, KBO 이사회는 신규 외국인선수 계약 금액을 총액 100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새 외국인선수의 몸값 상한 규정을 신설한 것은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고 구단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려는 취지였다. 가급적 지출 부담을 줄이고 팀간 전력 차이도 좁히는 평준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2019년 제도 첫 시행 뒤 내년이면 4시즌째. 당초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우선 리그 내부 경쟁에 앞서 외부 경쟁이 너무 힘겨워졌다. 대부분 구단이 알게 모르게 공유하고 있는 외국인선수 영입 가능 리스트의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일본프로야구 구단들과 앞서 계약하고 있다. 한일 구단간 경쟁이 붙을 경우 KBO리그 상한선인 100만 달러에서 조금 더 액수를 더하는 방법으로 일본 구단이 해당 선수를 차지하는 흐름이다. 국내 구단은 입단시 팀내에서의 보직을 보장하는 것으로 어필하고 있지만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멕시칸리그 등으로 시선을 돌린 국내구단도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선수 은행’과 다름 없는 미국 리그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아시아리그에서 영입 가능한 대상도 그만큼 좁혀졌기 때문이다. 10개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에서 100만 달러 규제 철폐에 아직 소극적인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은 “제도를 만든지 이제 3년쯤이다.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조금 더 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제도가 신설될 때부터 방향이 잘못 잡힌 것이라는 시각도 꽤 있다. 특히 KBO 이사회에서도 몇몇 구단 대표들이 이같은 의견을 밝히는 가운데 SSG 민경삼 대표이사는 강력한 ‘규제 철폐론’을 외치고 있다.

민 대표는 “무조건 옥죄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부터 잘못 됐다. 100만 달러 규제로 각 구단이 당장은 비용 절감을 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상은 뒤로 빠지는 손실이 더 크다”며 “더 좋은 선수를 데려와 시장을 키우고 프로야구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쉽게 보자면 그래야 야구장에 붙는 광고판 가격부터 올라간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실질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끄집어냈다. “예컨대 명품 같은 좋은 물건을 비싼 값을 치르고 사는 것은 오래 소장하며 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수를 좋은 대우로 영입하는 게 결국에는 이익이다”며 “최근에 보면 애매한 선수를 데려왔다가 부상 문제가 아닌 기량 문제로 교체하는 일이 자주 보인다. 결국에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시아리그를 노크하는 선수들의 에이전트들이 100만 달러 규제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정상적이면 70~80만 달러선에서 계약 가능한 수준의 선수들이 바로 100만 달러를 채워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혼란스런 분위기다.

신규 외국인 100만 달러 규제 철폐 논의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와도 갈수록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선수협회에서 원했던 대로 FA 자격 획득 연한을 줄이는 대신 외국인선수를 3명으로 늘리면서 이른바 ‘대체제’를 마련해두려 했다. 선수 몸값을 조정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기를 기대했다.

실제로 각 구단이 외국인선수로 전력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면 FA 몸값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 올겨울 팀을 이끌 수 있는 간판타자 또는 홈런타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조짐이 보이는 것도 현 제도에서의 외국인타자로는 이를 메우기 버겁다는 판단을,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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