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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경인터뷰 ①] 자숙 후 개그복귀 노우진 “너무 무서웠다. 그러나 분명히 잘못했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자숙했던 개그맨 노우진이 지난 1일 서울 등촌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항상 웃던 그의 모습이 이토록 긴장돼 보였던 건 처음이었다. 개그맨 노우진이 개그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자차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일체의 연예활동을 접고 자숙에 들어갔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가 주도가 돼 시도 중인 개그 전문 유튜브채널 ‘WAG TV’의 ‘개그챌린지’ 코너를 통해 웃음을 주는 현장에 복귀를 준비 중이다. 사건이 발생한 후 1년 4개월 정도를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가 ‘스포츠경향’의 심경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의 의도는 단순했다. 그의 지난 과오를 용서하거나 지금을 응원해달라는 게 아닌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고 혼이 더 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에게 사건 이후 처음으로 사건의 정황을 들었다.

이하 그와의 일문일답.

- 근황을 들려 달라.

“지난 2월부터 가정용 골프연습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기획, 마케팅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서울 양재동에 있어 집인 김포에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중입니다. 왕복 네 시간이 걸리는 길인데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고, 많은 분들이 부지런히 사신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 지난달 18일 서울 홍대 윤형빈소극장에서 열린 ‘WAG TV-우리는 개그맨이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사과했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개그맨 동료들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솔직하게 다른 분들을 웃길 수 있는 모습이 부러웠었습니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됐지만 항상 숨어 있을 수는 없었고,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영상으로 인사를 드리면 많은 분들이 당황하실까봐 인사를 드렸습니다. 분명 저 때문에 동료들의 콘텐츠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 주저가 됐지만 사과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인사를 했습니다.”

- 지난해 7월 상황으로 돌아가 보고 싶다. 당시 정황을 돌아본다면?

“서울 청담동의 고깃집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2차로 논현동으로 이동해 소주를 마셨습니다. 1차 장소에서 2차로 이동할 때는 정신이 있어 대리기사분을 불러 이동했는데 2차에 소주를 몇 잔 더 먹고 나니 정신이 나간 것 같았습니다. 다들 헤어지는 분위기에서 정상적인 판단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계속 생각하는 부분이, 술이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술에 취하자 생각이 가벼워지고 현실감이 없어졌습니다. 계속 후회하는 부분입니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자숙했던 개그맨 노우진이 지난 1일 서울 등촌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 그 상태로 올림픽대로를 달렸다.

“올림픽대로에서 경찰차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속반을 만난 적도 없어서 저를 따라오는 줄은 모르고 어디론가 출동하는 걸로만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꿈과 현실을 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경찰차가 갑자기 제 앞을 막아서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나였구나. 창문을 내리고 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모든 게 끝나겠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그 자리를 모면하려고 경찰차를 피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망을 간다고 어디를 갈수 있겠습니까. 모든 게 저의 잘못된,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 귀가 후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15일에 적발되고 17일에 처음 기사가 나왔습니다. 가족에게도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 이 세상에서 그냥 나 혼자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님들의 전화는 많이 왔지만 통화하는 자체가 무서웠습니다. 사과는 해야했지만 많은 분들 뵐 용기는 없었고 그래서 SNS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글의 내용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변명으로 보일 것 같아 그 당시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쓴 것이었습니다.”

- 이후 몇 개월은 어떻게 보냈나.

“집에만 있었습니다. 아내도 김포에서 가게를 하고 있었지만 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가끔 지인들이 집에 방문해줬고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할 때는 많은 분들에게 사과만 드리면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저 힘들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자체도 욕심으로 느껴졌습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주변 동료들이 말없이 저를 지탱해주고, 가족들도 함께 버텨줘 그동안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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