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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BS, 동물학대 논란에 반성하고 재발방지 의지보여”

‘태종이방원’ 말 죽음 사건으로 인한 동물학대 논란이 공론화되면서 동물권단체와 KBS간의 면담이 이뤄졌다. KBS1 방송화면

KBS가 ‘태종이방원’ 동물학대 논란과 관련해 동물권단체와 면담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는 24일 “말 학대 사건과 관련해 KBS 제작진과 면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KBS드라마 센터장, 책임프로듀서, 드라마센터 기획운영팀장이 참석한 이 면담에서 KBS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충분히 통감한다”며 “시대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 촬영방식에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재방방지를 위해 ‘방송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이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제출한 방송가이드라인에는 △방송 촬영 목적으로 어떤 동물도 죽임을 당하거나 상해를 입지 않아야 하고 △비인도적 방법으로 다뤄지지 않아야 하며 △동물은 ‘소품’이나 ‘도구’아닌 생명임을 명시했다.

또한 △동물을 관리하는 전문가의 상주 △동물과 접촉하는 스태프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 △동물 운송은 인도적 방법으로 이뤄질 것과 운송된 동물의 휴식 보장 △임신 중인 동물의 과격한 장면 동원 금지 등 촬영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는 기본적인 동물복지에 대한 현실적인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면담에서 동물보호 전문가를 포함한 동물촬영윤리위원회 구성과 KBS시청자위원에 동물복지 전문가 참여 등을 KBS에 촉구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공개한 제주 도축장의 퇴역 경주마 도살 장면. 유튜브 방송화면

‘태종이방원’ 동물학대 논란은 그간 방송계의 관행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병들거나 퇴역한 경주마가 말이 등장하는 촬영에 동원돼 왔고, 말이 죽거나 부상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병든 말을 위험한 촬영씬에 내보내는 것 자체가 동물학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제작사가 말 임대 업자에게 촬영 시 말이 부상당하거나 죽을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을 내걸어 생명 경시 풍조가 촬영장에서 이어왔다는 전언도 이어졌다.

KBS와 동물자유연대와의 이번 면담은 긍정적으로 이뤄졌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KBS 측은 방송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동물복지 전문가 참여 등의 요구를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KBS 또한 많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향후 대책에 대해서도 의지를 내비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례로 인해 방송가의 동물학대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퇴역 경주마 관리의 문제와 같은 근본적 문제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퇴역 경주마 40% 가량이 도축되고, 나머지 퇴역 경주마들은 사각지대 속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방송가이드라인은 현실화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입장을 내고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소품으로 여겨 위해를 가하지 않는 동물보호법상 관련 규정을 준수한 방송출연 동물에 대한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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