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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서 여성으로 트랜스젠더 사이클 선수, 여자대회 첫 출전

에밀리 브릿지스. 사이클 위클리 홈페이지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고 있는 사이클 선수 에밀리 브릿지스(21·영국)가 여자 대회에 처음 출전한다. 그가 어느 정도 기록을 낼지, 여성 톱 랭커들과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브릿지스는 오는 1일 영국에서 열리는 사이클대회 내셔널 옴니엄 챔피언십에 나선다. 브릿지스는 지난해부터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여자대회에 경쟁할 수준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면서 여성으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사이클위클리는 “브릿지스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결과, 과거 남성으로 가진 파워가 13~16% 감소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개정된 영국 사이클 대회 규정에 따르면, 여자 부문에 출전하려면 대회 개최 12개월 동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혈액 1ℓ당 5나노몰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나노몰은 10억분의 1이다. 일반적인 남성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0~30나노몰이며 젊은 남성인 경우에는 20~30나노몰이다. 영국건강보험공단(NHS)에 따르면, 젊은 여성의 일반적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7~2.8나노몰이다.

에밀리 브릿지스. Orlagh Gardner

브릿지스는 2020년 10월 언론을 통해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뒤 남자대회에 출전하면서 여자대회에 나서기 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호르몬 치료를 병행했다. 브릿지스는 2021년 5월 러프버러 사이클 페스티벌 남자 레이스에 출전해 45명 중 43위에 자리했다. 9월 웰스 내셔널 챔피언십에서는 뒤에서 두번째로 레이스를 마쳤다. 브릿지스는 “내가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남자 레이스에 출전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진정한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 몸이 너무 싫었고 나 자신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도 괴로웠다”고 말했다. 브릿지스는 노팅햄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이 목표다.

리아 토마스. 연합뉴스

이달 초에는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리아 토마스가 여자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전미대학선수권대회(NCAA)에 500야드 자유형에서 우승했고 다른 종목에서는 5~8위에 자리했다. BBC는 “토마스가 수영 선수 300명으로부터 지지 편지를 받았지만 일부 선수와 관계자로부터는 반대 의견도 들었다”고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르면, 육상·수영·역도·체조 등은 트랜스젠더 출전에 대한 규정을 갖고 있다. 육상, 사이클은 테스토스테론이 ℓ당 5나노몰 이하일 경우 여자 부문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으로 트랜스젠더가 여자 부문에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여전히 논란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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