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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아니다 1년도 안 남은 셈" 후임자 후보도 없어 애타는 유승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6일 서울 도곡로 국제스포츠전력위원회 집무실에서 올림픽 성호를 껴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리우하계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베이징동계올림픽, 도쿄하계올림픽 성화. 유 위원은 문대성 전임 선수위원 때 만들어진 국제스포츠전력위원회 이사장과 대한탁구협회장도 겸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40)은 요즘 고민이 많다. 그중 임기 2년여를 남긴 자신에 이어 IOC 선수 위원에 도전할 후보가 마땅히 없다는 게 큰 걱정이다. 유 위원은 “차기 IOC 선수위원 투표가 2024년 파리올림픽 이후 진행된다고 안일하게 있으면 안 된다”며 “지금 곧바로 준비해도 당선되리라 보장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유 위원은 지난 6일 서울 도곡로 국제스포츠전력위원회(ISF)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차기 선수위원 투표가 2024년 8월 열린다”며 “지금부터 후보군을 정해서 국제행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IOC 위원은 105명이다. 그중 19명이 선수위원이다. 선수위원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 투표로 선출된다. 선수 위원은 정년(80세)과 임기(8년)만 제한될 뿐 올림픽 개최지 및 정식 종목 투표권 등에서는 다른 IOC 위원과 같은 권한이 있다. 한국은 현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유 위원 등 두 명만 IOC 위원이다. 프랑스는 4명을 두고 있다.

유 위원은 “선수 위원에 도전하려면 투표 1년 전 후보자로 등록해야 한다”며 “한국도 내년 여름 후보자 한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 위원은 국가당 1명밖에 될 수 없다. 마지막 올림픽 출전 이후 4년 이내에만 입후보할 수 있다. 결국 2020년 도쿄올림픽을 뛴 한국 선수만 후보자가 될 수 있다. 유 위원이 하계종목(탁구) 출신 선수 위원이라 다음 후보자도 하계종목 선수에 우선권이 있다. 하계종목 후보가 낙선하면 차례는 동계종목 선수에 넘어간다.

유 위원은 “정부에 스포츠 앰배서더 제도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며 “종목별 앰배서더로 뽑힌 사람들이 나와 함께 국제행사에 자주 다니면서 국제 행정도 배우고 국제 감각도 익히면서 선수들과 친밀감을 쌓아야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출전한 뒤 2016년 리우올림픽 기간 선수위원으로 입후보해 2위로 당선됐다. 유 위원은 “당시는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다”며 “아는 사람도 없고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서툰 영어로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이제 우리도 선수 위원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은 2024년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을 놓지지 말아야 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동계 청소년 올림픽은 2024년 1월 열린다. 선수위원 투표를 6개월 앞둔 시점이다. 유 위원은 “이 행사에는 거의 모든 IOC 위원이 참석한다”며 “한국이 얼마나 스포츠를 사랑하고 중시하는지 보여주고 선수 위원 후보자를 공식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누가 후보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김연경(배구), 박인비(골프) 등이 세간에서 거론된다. 유 위원은 “물론 이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영어도 잘 한다”며 “그러나 투표권을 가진 선수들은 이름값보다는 후보가 얼마나 스포츠를 사랑하고 스포츠 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지를 보고 투표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다음에 누가 IOC 위원이 되든,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은 “IOC 위원은 IOC로부터 보수도 받지 않고 정부 지원도 미비하다”며 “기업가나 재력가가 아니라면 IOC 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IOC 위원은 뭔가를 열심히 하려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라며 “선수 위원이 생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위원은 차기 정부가 추진하리라 예상되는 2036년 하계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에 대해서도 소신있는 의견을 밝혔다. 유 위원은 “우리가 유치하겠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유치하려면 그전에 남북이 얼마나 잘 협력하고 있는지를 IOC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냉각돼 있다면 우리가 아무리 올림픽 공동 유치를 노력해도 IOC를 설득하기 힘들다”며 “일단 2024년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 북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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