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경X인터뷰]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이주명 “리틀 전지현? 과분하죠. 롤모델은 짐 캐리”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극중 태양고 5인방 중 지승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는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중 배우 이주명이 연기한 지승완은 가장 다른 결의 인물이었다. 일단 공부에는 잼병이었던 극중 ‘태양고 5인방’ 가운데서는 전교 1등으로 가장 공부를 잘한다. 하지만 또 기존 체제에 대해서는 가장 비판적이다. 해적방송을 운영하면서 학교에 만연한 각종 부조리를 비판한다.

그러다 승완은 극 중간 신창원의 티셔츠를 흉내 내 입은 문지웅(최현욱)이 과하게 체벌을 당하자 이에 항의하다 자퇴를 선언한다. 전교 1등의 자퇴는 실제로 이뤄졌고, 그는 쿨하게 교문을 벗어나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이윽고 예능PD가 된다. 지승완의 가치관은 정확하게 이주명이 생각하는 올해의 다짐 ‘쫄지 마라’와 똑같다. 지승완은 이주명이 배우고 싶지만 또 그럴 수는 없는 이상향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승완이는 일을 할 때 항상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사실 망설이기도 하고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소심한 성격이거든요. 그랬기에 승완이의 성격이 부러웠고, 촬영을 하면서는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IMF 구조조정이 온 나라를 휩쓸던 1998년을 배경으로 극중 태양고의 5인방 나희도(김태리), 백이진(남주혁), 고유림(보나), 문지웅(최현욱), 지승완의 성장기를 다뤘다. 2017년 웹드라마 ‘샤워하는 남자’를 시작으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몇 개의 작품에서 조단역 연기를 하던 것이 전부인 이주명에게는 큰 기회였다.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극중 태양고 5인방 중 지승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승완이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시놉시스를 처음 봤을 때는 ‘이 역할 너무 매력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그처럼 떨리는 오디션도 처음이었어요. 나중에 들으니 김태리 선배님이 들어오신다는 거예요. 선배님에게 누가 되지 않게 정말 잘 하고 싶었죠.”

이제 막 서른 줄에 들어섰지만 걸출한 연기력으로 하는 배역과 작품마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선배 김태리와의 만남은 이주명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

“태리 선배는 현장에 유쾌하고 밝고 에너지가 있으세요.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면 엄청 진지하시죠. 준비하는 과정이나 눈빛, 특히 눈빛을 보면 너무 빠져들 것 같아요. 나머지 남주혁, 보나, 최현욱 등의 배우들이 함께 해서 좋았던 것은 너무 친했어요. 거기서 나오는 애드리브들이 찰지고,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재미를 알게 해줬던 일이었죠.”

김태리 말고 이주명을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속으로 깊게 밀어넣어 준 것은 의외로 엠넷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였다. 지난해 촬영을 준비하면서 한창 본 프로그램이었다. 극중 승완의 여리지만 과감하고 단단한 부분을 이주명은 의외로 ‘스우파’의 댄서들에게서 봤다.

배우 이주명(제일 왼쪽)이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촬영장에서 극중 태양고 5인방 김태리(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보나, 최현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N

“배역을 준비하면서 어떤 걸 참고할까 생각하다가 ‘스우파’를 보게됐어요. 프로그램이 각본이 있거나 각색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허니제이, 모니카, 리정 등의 분들을 보면 자신이 하시는 일에 확신과 자신감,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의외로 여리고 사랑스러운 면도 있고요. 그런 부분을 잘 흡수하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생각했죠.”

흔한 예상을 벗어나는 이주명의 생각들은 롤모델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실 이주명은 이 드라마에서 교복차림의 모습이 1990년대 후반 당대의 스타였던 전지현의 큰 키와 생머리를 떠올린다고 해서 ‘리틀 전지현’이라고 불렸다. 실제 174㎝의 장신인 전지현처럼, 이주명도 172㎝의 키에도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가능한 배우다.

“전지현 선배님과 닮았다는 말씀을 들으면 부끄러워서 귀까지 빨개져요. 너무 영광이죠. 여성들에게는 아이콘과 같은 분이잖아요. 자기 전에도 미소를 짓게 되지만 과분한 것 같아요. 저는 롤모델로는 배우 짐 캐리를 꼽고 있어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외국의, 남자배우라니. 그것도 짐 캐리는 코미디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극중 태양고 5인방 중 지승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주명.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작품을 감명깊게 봤어요. 기본적으로 배우가 재치가 있어요. 능글맞죠. 하지만 진지할 때는 보는 사람까지도 함께 진지하게 몰입하는 마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대본을 해석하는 느낌도 제가 좋아하는 성향의 연기입니다.”

이제 막 연기경력 5년차에 접어드는 그가 스스로에게 주는 점수는 아직 30점이다. 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확신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스스로가 쌓아올린 캐릭터가 시청자의 마음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에게도 힘이 난다. 전지현은 물론이고 짐 캐리, 그 이상의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아직 그의 나이는 서른, 잔치는 시작되지 않았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