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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적’ 시인 김지하 별세, 향년 81세

스포츠경향 자료사진

‘오적’ 등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김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끝에 이날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토지문화재단 관계자가 이날 전했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그는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문학 진영 대표 작가로 주목받았다. 1970년에는 국가 권력을 풍자한 시 ‘오적’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었다. 권력층 비리와 부정부패를 을사오적에 비유해 비판하는 내용이 당대에 큰 충격을 줬고 시 양식면에서 전통적 운문형식의 사용, 판소리사설 등을 현대적으로 살려내 한국 현대예술 전반에 걸쳐 민족 문화를 되살려 낸 의미도 컸다.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김 시인은 1980년대 이후 후천개벽의 생명사상을 정립하는 데 몰두했고, 1986년 ‘애린’을 기점으로 생명사상과 한국의 전통 사상 및 철학을 토대로 시작에 전념했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경찰에 맞아 숨지고 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칼럼을 기고해 논란을 불러왔다. 진보 진영에선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구명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작가회의)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김 시인은 10년 후 ‘실천문학’ 여름호 대담에서 칼럼과 관련해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진보 문학평론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등 혼란스런 행보를 보였다. 김 시인은 2018년 여름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마지막 시집 ‘흰 그늘’을 출간하며 박 후보를 지지한 행위를 스스로 ‘바보’라고 비판하며 시에 해학적으로 녹여 내기도 했다. ‘흰 그늘’에선 촛불 항쟁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지하 시인은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과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만해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 씨와 결혼했으며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던 김씨는 2019년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김원보 작가·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김지하 시인의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이다. 장지는 부인이 묻힌 원주 흥업면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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