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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안나’ 수지 “거짓말, 불안…저에게도 있는 것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사는 이유미 역을 연기한 배우 수지. 사진 매니지먼트 숲

2010년 미쓰에이로 데뷔했을 때 예쁜 얼굴로 화제가 되더니, 2012년 상업영화 데뷔작인 ‘건축학개론’에서는 그 외모에 아련한 분위기까지 입어 ‘국민 첫사랑’의 반열에 올랐다. 2017년 미쓰에이가 해체한 이후에는 가수보다는 다채로운 연기자로 더 각광을 받았다.

수지의 20대는 마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속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이안나와 닮았다. 하는 일마다 잘 되고 대중의 관심을 받고, 한 분야에서 아이콘이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안나가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 부귀영화를 얻었다면 수지는 자수성가한 스타일이었다.

이제 머지않은 30대, 20대의 끝자락에서 수지는 큰 도전을 감행했다. ‘안나’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가 새롭게 꺼내 든 것은 거짓말, 불안, 질투 등 부정적인 것들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스스로에게 솔직했던 수지의 성장은 더욱 극적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사는 이유미 역을 연기한 배우 수지. 사진 매니지먼트 숲

- ‘안나’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는?

“모호한 것들, 애매한 순간들이 더 힘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런 부분을 보시는 분들이 느낄 수만 있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 안나의 삶을 사는 유미의 1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20년의 가까운 세월을 연기한다.

“유미를 느낄 때 좋은 부분은 많이 없었지만 공감이 많이 갔어요. 인물을 따라가기 위한 부분 때문에 분량이 많았죠. 분량에 신경 쓰기보다는 감정을 따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 유미는 재능이 있지만 불우했고, 결국 부자인 현주(정은채)의 인생을 훔친다. 이런 인물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이 여자의 인생이 뭐랄까. 안쓰럽다고 느껴졌어요. ‘왜 이렇게 살 게 됐을까’를 이 여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니 모든 부분이 매력적으로 보였죠. 거짓말을 하며 안나의 삶을 택했을 때도 행복보다는 목을 조이는, 숨이 막히는 느낌이 먼저 다가왔어요. 그래서 안쓰러웠고, 매력적이었어요.”

- 가장 힘든 장면이 있었다면?

“2회에서 자신이 삶을 베낀 현주를 마지막에 마주치는데, 큰 집에 사는 유미가 현주와 마주치는 게 싫어서 매일 23층을 계단으로 다녀요. 예쁜 옷과 화려한 구두를 신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할 즈음이었죠. 찍으면서도 몸이 힘들었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느낀 유미의 감정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어요.”

수지가 출연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한 장면. 사진 쿠팡플레이

- 원래 현장 분위기메이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차분한 인물을 연기해야 했는데.

“현장 분위기를 많이 신경 써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안 그러려고 했어요. 감정에 집중하고, 유미처럼 자신만 생각하고 싶었어요. 유미의 고단한 표정이 제대로 나왔으면 했죠. 현장에서 즐거우면 즐거움이 연기에 드러날까 봐 자제했어요. 그래도 가라앉은 감정과 달리 현장이 즐거워서 한 번씩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 이주영 감독에게 캐스팅의 이유를 물어본 적 있는지?

“‘사람을 한 번도 안 죽여본 얼굴’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거짓말을 안 할 것 같은 얼굴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 인식이 제게 있으신 것 같아요. 착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요. 감독님은 너무 디테일하셨고, 소통도 잘 맞아 행복했어요.”

- 거짓말은 극의 큰 축을 담당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편인지?

“되게 많이 해요.(웃음) 하찮은 거짓말을 잘하는데 잘 속이는 편은 못 되는 것 같아요. 거짓말은 때때로 필요하지 않나 생각도 해요. 하얀 거짓말처럼, 때로는 제가 너무 솔직한 게 상대에게 부담일 수 있겠다 싶으면 필요하다는 쪽이죠.”

- 눈빛이나 표정에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대사보다는 표정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많아요. 유미가 느끼는 감정은 주로 ‘곱씹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주가 과거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유미를 보며 자랑을 하면 돌아서서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한다든지, 뒤끝을 갖는다든지요.”

수지가 출연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한 장면. 사진 쿠팡플레이

- ‘안나’가 20대의 마지막 줄 작품이 됐다.

“그래서 욕심을 냈어요. 많은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죠.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찍었는데 작품을 시작하면서 일기를 썼어요. 안나의 감정을 알고 싶어서. 순간순간의 감정이 지금 다 기록이 남아있어 나중에 보면 지금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을 작품이 됐다고 생각해요. 20대 너무 바빴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서도 소중한 부분이 됐다고 생각해요.”

- 수지의 20대는 어땠나?

“최근 돌아보는 순간이 많아요. 열심히 살았죠.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릴 때 스스로를 다독여주지 못한 것 같았어요. 어떤 불안으로 살았나 싶기도 하고요.”

- 어떤 불안이 있었기에?

“되게 많은데. 어릴 때는 연습생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었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진로에 대한 불안도 있어요. 데뷔한 후에는 연습생 기간이 짧아서 준비가 안 됐다는 불안이 있었어요. 데뷔하자마자 사랑을 받고서는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있었죠.”

- 그래서 지금은 그 불안을 떨쳤나.

“불안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니까 나뉘게 되는 것 같고. 불편한 감정이라 생각 안 하고, 잘 데리고 살려고요.(웃음)”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사는 이유미 역을 연기한 배우 수지. 사진 매니지먼트 숲

- 영화 ‘백두산’이나 이번 작품도 기혼의 연기를 했다. 딱히 기혼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어 보인다.

“거부감이 없어요. 안나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부분이잖아요. 결혼은 제게 대단한 일처럼 느껴지진 않아요. 그래서 표현하는 데 부담도 없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죠. 실제 결혼도 일찍 하고 싶었는데, 벌써 20대가 지났네요. 이런 사람이 보통 더 늦게 한다고들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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