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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비연예인의 연예인 시대 ‘출연자를 논란에서 구하라’

SBS플러스=ENA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SOLO’ 10기 돌싱특집의 한 장면. 사진 SBS플러스-ENA 방송화면 캡쳐

대중들이 연예 관련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하는 통로는 포털사이트다. 4일 오전 확인한 각종 포털 연예면에는 방송 프로그램의 리뷰기사가 많이 게재됐다. 그중 절반 이상은 연예인들이 아닌 비연예인들의 동정이 담겼다.

바로 최근 방송 중인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다. 연애 리얼리티에 출연한 누군가의 근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지고, 전날 방송된 부부 리얼리티에 출연한 출연자의 경악할만한 평소 생활모습이 공분을 자아내기도 한다.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제작진에게는 이들의 사생활 역시 연예인의 사생활 못지않게 관리해야 할 임무가 생겼다. 이들의 행동은 프로그램의 안에서는 눈길을 끄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논란이 될 경우 프로그램의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 2’ 포스터. 사진 티빙

SBS플러스와 ENA에서 방송 중인 ‘나는 SOLO’는 평균 한 달에 한 기수를 배출하고 있다. 이들의 일상은 교제여부를 비롯해 방송이 종료된 이후에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방송에서 이뤄진 커플이 방송 이후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고, 기수를 초월한 만남도 있다.

결국 프로그램을 연출한 남규홍PD는 촬영 후일담을 담은 스핀오프 프로그램 ‘나는 SOLO:사랑은 계속된다’를 론칭했다. 이 역시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티빙에서 오리지널 ‘환승연애2’ 출연자들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일부 출연자들의 발언과 행동들이 일부 시청자의 불편을 자아내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헤어진 연인과 새로운 인연이 한 공간에 섞이는 콘셉트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부른다. 특정 출연자가 전 연인과 나눴던 대화에 관련 게시판이 뜨거워지고 퇴출논쟁도 생겼다.

MBC 부부 상담 리얼리티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포스터. 사진 MBC

부부예능도 다르지 않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대표적인 예인데, ‘환승연애’ 시리즈가 미혼인 시청자들의 원성을 부른다면, ‘결혼지옥’의 경우는 기혼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다.

특히 자녀를 방치하거나 배우자에게 무례한 사례들이 방송에서 강조되면서 비연예인들에 향한 인신공격이 늘고 있다. 이에 출연자들이 제작진을 통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상황도 늘었다. 출연자들이 제작진들로부터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연예인 출연 리얼리티가 연애, 부부, 육아 등 장르를 진화하며 급증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노출에 의한 보호장치는 많지 않다. 고작 담당작가를 배치해 토닥이는 정도다.

‘환승연애 2’의 이진주PD는 최근 인터뷰에서 “출연자들이 힘들어하시는 부분을 인터뷰 때 듣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눈다”며 “다른 출연자가 외출을 하면 제작진과 나가서 커피도 마시며 기분 전환을 한다”고 말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 2’ 주요 장면. 사진 티빙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논란이 되는 출연자들의 행동을 딱히 제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집안에 가서 ‘그런 행동이나 말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없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출연자들의 감정변화를 보는데 필요한 말들이기 때문에 걸러낼 경우 제대로 감정을 따라갈 수 없다”며 사실상 소극적으로 상황을 방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출연 이후도 마찬가지다. ‘나는 SOLO’가 출연 이후의 이야기를 담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방송할 뿐, 대부분은 출연자의 논란 이후까지 살펴주지 않는다. 일부 출연자들은 좋은 추억보다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프로그램이 갈수록 자극적인 설정을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SOLO’는 적극적인 돌싱(돌아온 싱글) 출연자들의 행동으로 벌써 논란을 만들기 시작했고, 디즈니플러스 ‘체인리액션’은 남녀를 체인으로 묶는 설정을 방송 중이다. 남녀가 같은 방에서 취침하는 설정이 있는 IHQ ‘에덴’의 경우에는 시즌 2에서 더욱 강한 설정을 예고했다.

비연예인의 연예인화 시대, 그 설정에서 오는 이슈는 방송사와 포털 클릭의 자양분이 되지만 그 후폭풍에 대해 견고한 대처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리스크는 고스란히 출연자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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