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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올빼미’ 유해진은 왕이 될 관상인가

영화 ‘올빼미’ 속 유해진, 사진제공|NEW

배우 유해진은 왕이 될 관상이었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에서 인조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진, 17년간 데뷔를 위해 준비한 안태진 감독의 의지가 있었다.

“인조를 상상하고 쓰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장면이 전복탕 내친 이후 문틈으로 보는 인조의 의심 많은 눈빛이었어요. 의심과 불안에 가득찬 인조를 가장 먼저 떠올렸고, 기존 왕이 가진 품위보다 인간적인 약점, 의심을 가진 새로운 캐릭터가 생각났죠. 그럼 누가 연기를 할거냐가 다음 문제인데, 의심많은 이미지의 배우를 FM으로 갖다붙일거냐 아니면 캐스팅도 전복해서 하느냐 고민했죠. 결과적으로 유쾌한 이미지의 유해진 씨가 가장 잘 해낼 것 같아 인조 역을 제안했어요.”

최근 안태진 감독을 만난 스포츠경향은 ‘올빼미’ 촬영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안 감독은 때론 진지하게, 때론 설레는 표정으로 한글자 한글자 신중하게 답했다.

‘올빼미’ 안태진 감독.

[다음은 안태진 감독과 일문일답]

Q. ‘주맹증’이란 소재로 영화화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나요?

A. ‘주맹증인 주인공이 궁에 들어가서 뭔가를 목격한다’는 한 줄을 갖고 시작한 작품이에요. 어떤 시대, 뭘 목격할 것인가에 고민이 있었는데 그 때 실록 한 줄에 호기심이 일었죠. 소현세자 사망에 관한 기록이었는데, ‘마치 약물에 중독된 듯 보였다’는 내용이었죠. 실제로 인조와 세자 사이 관계가 돈독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었고요. 그 기록을 기준으로 역사적 맥락이 해치지 않게끔 상상력으로 빈칸을 채우고자 했어요. 그렇게 개봉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Q. ‘왕의 남자’ 조연출로 참여한 이후 데뷔까지 17년이 걸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봉 소감이 어떤가요?

A. 얼떨떨합니다. 얼떨떨한 채로 캐스팅이 진행되고 촬영까지 하면서 ‘될 건 되는구나’란 걸 오랜만에 느꼈어요. 실제 촬영장에 갔을 땐 제 상상력이 형편없다는 걸 확인하게 됐고요. 작품 얼개가 완벽하게 머릿 속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초반엔 여러번 찍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걸 보면서 ‘내 두려움이 가장 큰 문제구나’를 느꼈어요. 그때부터 편하게 촬영하려고 노력했고요.

Q. ‘왕의 남자’로 인연을 맺은 이준익 감독이 크게 응원해줬을 것 같은데요?

A. 후배들이 처음 연출한다고 하면 이준익 감독은 늘 현장에 와서 첫 촬영 때 슬레이트를 쳐줍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격려해줬어요. 하나 도움을 받은 건 극 중 ‘경수’(류준열)가 수염을 붙일까 말까 계속 결론이 안나던 순간이었는데, 류준열을 보자마자 ‘어? 너 왜 수염 안 붙였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순 간 ‘역시 수염을 붙여야 하는 구나’ 바로 결정했죠.

Q. 김성철, 안은진 등 신선한 배우들의 기용도 눈에 뜨는데요?

A. 처음 김성철을 봤을 땐 세자가 어울릴까 싶었는데, 분장을 하는 순간 ‘세자다’ 싶었어요. 연기도 정말 잘했잖아요. 유해진 씨도 영화가 끝나자마자 ‘성철이 잘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했더니, 굉잫이 좋아하더라고요. 대선배에게 칭찬받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딨겠어요? 하하. 그리고 안은진은 현장에서 더 시켜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연기를 잘해서 오케이해도 됐는데 그 연기를 더 보고 싶고 뭔가 나올 것 같아서 지켜본 적도 있었거든요.

Q. 이번 작품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제안한다면요?

A. 이 영화는 ‘본다’는 설정이 중요해요. 크고 작은 진실을 보고 마주칠 때 ‘경수’가 자신만의 선택을 했듯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하고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또한 주맹증이란 소재 때문에 ‘빛과 어둠’을 다루는데요. 청각적인 면들이 도드라질 수 밖에 없거든요. 시청각적 경험을 온전히 하려면 극장에서 체험해야 할 겁니다. 관객들끼리 모여서 ‘허걱’하고 함께 놀라며 같이 즐겼으면합니다.

‘올빼미’는 23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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