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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최강야구’ 장시원PD에게 듣는 김성근 감독-이대호 영입 막전막후 ‘숨 막혔던 3박4일’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연출자 장시원PD. 사진 JTBC

‘최강야구’ 방송 7개월, 프로그램이 큰 변곡점이자 도약의 기로에 선다. JTBC에서 지난 6월부터 방송된 ‘최강야구’는 이승엽, 박용택, 정근우, 송승준, 장원삼 등 프로야구 KBO 리그 레전드들로만 팀을 꾸려 ‘진짜 야구와 가장 가까운 예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가 ‘최강야구’의 지금 입지를 보여준다. 프로그램의 이전 감독으로 두산의 사령탑이 된 이승엽 감독과 최강 몬스터즈의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김성근 감독의 맞대결이었던 경기에는 포스트시즌도, 올스타전도 아니었는데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프로그램을 떠받치던 이승엽 감독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선수들뿐 아니라 연출을 맡은 장시원PD에게도 큰 선택의 기로였다. ‘스포츠경향’과 최근 만난 ‘최강야구’의 연출자이자 스튜디오C1의 대표인 장시원PD는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기간. 이대호와 김성근 감독을 연이어 접촉했던 ‘잊을 수 없는 4일’에 대해 설명했다.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연출자 장시원PD. 사진 JTBC

“이승엽 감독님이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고 보자고 하시기에 느낌이 왔어요. 어디 가시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나서 두산으로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감독님께는 당연히 좋은 일이어서 저의 당황스러움을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잘 보내드리는 게 우선이었죠. 감독의 시즌 중 이적은 처음 아니었습니까. 저도 PD보다는 단장으로서의 마음이 컸습니다. 남겨진 선수들의 상실감이 떠올랐죠.”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지난달 17일 부산고와 맞대결한 부산 사직야구장 촬영 즈음이었다. 장PD는 먼저 은퇴를 한 이대호와 16일 만났다. 모두의 의심이었던 ‘템퍼링(영입선수 사전접촉)’은 없었다. 이대호와 접촉하고 17일 사직야구장 촬영을 하고 18일에도 촬영을 했다. 스펙타클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님이 사령탑을 맡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이승엽 감독님이 17일 월요일 마지막 녹화를 끝내셨고 18일 촬영을 하고 19일에 제작진과 선수들이 모두 올라갔습니다. 저는 따로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잡았습니다. 사전에 약속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감독님을 잘 아는 지인께 ‘저녁 약속만 잡아달라’ 부탁했습니다. 제가 누군지도 미리 알리지 말아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JTBC 예능 ‘최강야구’에 감독으로 합류한 김성근 감독이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고문으로 활동하던 김성근 감독은 지도자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그야말로 무작정 찾아간 상황이었다. 19일 후쿠오카로 가 저녁에 김 감독을 만났다. “누구냐”고 묻는 말에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의 PD”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여섯 시간 동안 야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알고 보니 감독님께서 ‘최강야구’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이승엽 감독님의 사임도 알고 계셨고요. 처음에는 고사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장으로서 일본까지 갔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어요. 20일 귀국을 하려는 직전에 연락이 와 ‘고민해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일주일 후에는 ‘최강야구’를 꼼꼼히 따진 김성근 감독이 수락했다. “프로그램을 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성근 감독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후부터는 알려진 대로다. 지난 7일 군산월명야구장에서 열린 원광대와의 경기에서 김성근 감독과 이대호가 합류했다.

JTBC 예능 ‘최강야구’에 합류한 이대호가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성근 감독님은 제가 느낀 바로는, 그냥 재미있는 할아버지의 느낌이었어요. 사실 감독으로서의 이미지는 무서운 부분도 있으시잖아요. 야구에 대해서만 진심이신 마음만 느꼈어요. 따로 제작진에게 요구하신 것은 없었고, 저도 당연히 ‘야신’이신데 야구적인 부분으로 주문한 건 없었습니다.(웃음)”

‘최강야구’는 28일까지 방송 기준으로 19경기를 소화해 14승5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승률은 목표치인 7할을 조금 넘는다. 첫 시즌을 30경기 목표로 잡은 최강 몬스터즈는 10패를 하면 산술적으로 7할 승률에 못 미쳐 공언해놓은 해체수순에 접어든다. 남은 경기는 11경기인데 7승 이상을 해야 한다.

“야구단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에 도전하는 거니까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목표를 세워야했습니다. 그 수치가 있기에 매 경기 긴장감이 넘칩니다. 일단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 부분은 이야기를 미루겠습니다. 약속을 안 지킬 순 없죠.”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연출자 장시원PD. 사진 JTBC

일단 첫 시즌은 30경기로 간다. 이후에는 진짜 프로야구처럼 스토브리그를 거쳐 새로 선수단을 꾸린다. 일단 7할 승률로 야구단의 존립을 지킨 후 눈여겨본 선수들의 영입에 나선다. 처음 고교팀에도 고개를 갸웃했던 팀이 이제는 프로팀과의 경기도 나서고 있다. 장시원PD는 복잡한 심경을 느끼고 있다.

“방송이지만 저희 구단을 그냥 예능으로 봐주고 계시지 않은 것 같아요. 마치 11구단으로 봐주십니다. 잠실에서의 경험은 일부 선수들에게는 눈물을 자아낼 만큼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도 마음이 복잡합니다. 단장으로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PD로서는 ‘재밌게’ 이겨야 합니다. 벌써 시즌이 끝나 이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에 허탈감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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