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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정이’ 뭐길래

넷플릭스 새 영화 ‘정이’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정이

■편파적인 한줄평 : 참고 봤건만.

‘지옥’으로 맺은 정이 뭐길래, 98분을 이토록 참았는가.

연상호 감독의 신작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정이’는 수십 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A.I. 전투용병으로 개발된 ‘윤정이’(김현주)를 둘러싼 크로노이드 연구소 사람들의 크고 작은 욕망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정이’의 딸이자 크로노이드 연구소 ‘정이’ 개발 프로젝트 팀장 ‘서현’(강수연)이 엄마를 본 뜬 A.I. ‘정이’에게 영원한 해방을 주고자하는 과정이 담긴다.

자극성 강한 가면을 썼는데, 벗겨보니 지독히도 잔잔하다. ‘인간성 존엄’이라는 메시지는 ‘지옥’과 동일하지만, 그 전달하는 방식이나 이야기 구성이 밋밋하기 때문이다. ‘모성애’에 대한 탐구는 깊지 않고, 이야기 전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단순해서 갈등 극복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어렵다.

‘내전 중’이라는 긴장감 넘치는 배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이야기가 시들해진 이유다. 이야기 전체 갈등의 80% 이상이 크로노이드 연구소 내에서만 진행되는 터라 ‘내전’이란 배경은 인물들의 대사로만 전달된다. 또한 인간과 A.I.가 혼재되어 사는 세상에서 빚어지는 혼란과 갈등 역시 정보성 강한 대사로 거의 설명되니,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어렵다. ‘지옥’이나 ‘부산행’에서 보여준 연상호 식 디스토피아 구현을 기대한 팬층은 실망할 수도,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나마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뇌 복제 후 A타입, B타입, C타입으로 나뉜 의체에 심어 영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 안에서라면 심화된 계급간 갈등이나 인간의 존엄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을 듯 하다. 이를 염두에 두고 ‘정이’ 엔딩을 설정했겠지만, ‘정이’의 후속편이 아닌 좀 더 다이나믹하고 극성 강한 연상호 식 유니버스로 다시 만나보길 희망한다.

김현주는 매우 고생했다. 대사 보다 많은 액션 연기를 나쁘지 않게 소화한다. 이에 비해 고 강수연과 류경수의 합은 딱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앙상블이라기 보단, 각자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나아가는 느낌이 강하다. 가끔은 출연진의 톤이 어긋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 절찬리 스트리밍 중.

■고구마지수 : 2.5개

■수면제지수 : 3.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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