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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서의 역할, 늘 준비돼 있어야 하죠” 신한은행의 늘 푸른 나무, 한채진과 이경은

인천 신한은행의 한채진(왼쪽)과 이경은이 지난달 21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원큐와 경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에이스 김단비가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하고 포워드 한엄지마저 부산 BNK로 떠나면서 전력에 큰 누수가 생겼다. FA 보상 선수로 김소니아와 김진영을 데려왔지만, 오랜기간 신한은행의 중심으로 활약해 온 김단비의 공백은 좀처럼 채울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일 현재 11승10패로 용인 삼성생명과 공동 3위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18일과 30일에는 독보적인 선두인 우리은행을 꺾으며 이번 시즌 우리은행을 상대로 2승을 거둔 유일한 팀이 됐다.

모두의 활약이 대단하지만, 그 중에서도 신한은행이 자랑하는 두 베테랑 한채진(39)과 이경은(36)의 활약이 돋보인다. 선수로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은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투혼을 불사르며 팀을 이끌고 있다.

한채진과 이경은은 1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시즌 팀의 선전, 그리고 베테랑으로서의 마음가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한채진은 “우리 선수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대화도 많이 하면서 감독님이 요구하는 부분을 이제는 잘 이해하는 것 같다”며 “초반에는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아 손발을 많이 맞춰볼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안 맞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은도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부분을 나머지 선수들이 채우려 노력하면서 거기서 시너지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구슬이나 김진영, 김소니아 등 새로운 선수들이 감독님 농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채진은 현역 최고령이다. 지난달 27일 부산 BNK 원정 출전으로 만 38세 319일의 WKBL 역대 최고령 선수 출전 기록을 세웠다. 현역 선수 중 한채진에 이어 BNK의 김한별이 최고령 2위이고, 그 다음이 이경은이다. 한채진-이경은 듀오는 WKBL 6개 구단 통틀어 최고령 듀오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눈에 보이는 기록들은 줄어들었지만,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이들을 여전히 중용한다. 이들이 경기에서 보이는 존재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채진과 이경은도 자신의 실력에 아직 자신감이 충만하다. 시즌 초반 부진했다가 최근 들어 페이스를 찾은 한채진은 “나이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었다면, 요즘 내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고 반문한 뒤 “시즌 초반에는 내가 해야할 역할을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언니이고 많이 채워주고 싶은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은은 “이전까지는 부상 때문에 훈련량도 적고 몸도 덜 만들어져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은 아프지 않은게 가장 큰 것 같다. 그러다보니 훈련에 참가하는 횟수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과거 구리 금호생명(현 BNK)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기 시작한 이들은 같이 호흡을 맞춘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젠 서로가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한채진은 “농구부터 시작해서 서로 별 얘기를 다 한다. 너무 오래 같이하다보니 진짜 얘기할 것도 없다”며 웃었다. 이경은도 “언니가 20대 중반일 때 처음 만났다. 코트에서는 승부욕이 과해 서로 짜증을 내는 부분도 종종 있지만, 농구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대화가 잘 통한다”며 오랜 인연을 인증했다.

늘 앞장 서서 묵묵히 팀을 이끄는 그들은 신한은행의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롤모델이다. 그걸 아는 두 사람 모두 베테랑으로서 마음가짐을 다 잡는다. 한채진은 “난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후배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기에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경은은 “선수는 늘 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요즘 어린 선수들을 보면 경기에 못 뛰거나 경기력에 만족을 못하면 그냥 내려놓은 부분이 보인다. (후배들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난 내가 먼저 준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베테랑의 헌신이 있어 신한은행은 여전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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