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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김순옥, 문영남, 임성한…다시 불붙는 ‘자극의 왕국’

김순옥(왼쪽부터), 문영남, 임성한 작가. 사진 스포츠경향DB

김순옥, 문영남, 임성한. 이 세 명의 작가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2000년대부터 보여온 많은 결과물을 통해 한국 방송가 ‘3대 막장 드라마 작가’라는 이명을 얻었다. 색깔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대중에 자극적인 세계관을 보이는 이들의 드라마는 한쪽에서는 지탄을 받으면서, 또 한쪽에서는 시청률을 위한 최선의 ‘보증수표’로 여겨졌다.

2020년대에 들어 또 미디어의 환경은 바뀌었지만, 이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이들은 나란히 2023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드라마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그 포장은 한결 세련되어졌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중심정서는 그대로 남아있다.

김순옥 작가는 크리에이터로서 참여한 tvN 주말극 ‘판도라:조작된 낙원’(이하 판도라)이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첫 방송 된 ‘판도라’는 15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모르고 살던 주인공 홍태라(이지아)가 기억을 회복한 후 모든 상황을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김순옥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tvN 주말극 ‘판도라:조작된 낙원’ 포스터. 사진 tvN

드라마의 대본은 현지민 작가가 썼다. 현 작가는 김순옥 작가의 제자였으며 이번 드라마가 첫 메인작가 데뷔작이다. 김순옥 작가는 크리에이터라는 직함으로 참여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개된 ‘판도라’는 현 작가의 작품이지만 김순옥 작가의 인장이 강하게 묻어있었다. 숨 쉴 틈 없이 빠른 전개와 선혈이 낭자하는 폭력 그리고 요소요소에 들어가는 불륜과 음모 등은 다음 회 시청을 강하게 유도하는 김순옥 작가의 스타일 그대로였다.

김순옥 작가는 작가로서 올해 공개되는 SBS 드라마 ‘7인의 탈출’을 선보인다. 엄기준, 황정음, 이준, 이유비, 신은경, 윤종훈, 이덕화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한 소녀의 실종에 연루된 7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TV조선 ‘빨간풍선’ 포스터. 사진 TV조선

이에 앞서 문영남 작가는 이미 TV조선 드라마 ‘빨간풍선’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진형욱PD와 함께 친구의 모든 것을 질투해 그의 모든 것을 갖고 싶어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는 불륜을 기획한 주인공에 대한 미화와 그 과정에서 기이한 행동들 때문에 지탄을 받았지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1.6%의 시청률로 마감돼 화제성만큼은 여전함을 보였다.

문 작가의 작품은 ‘우리 갑순이’ ‘왜그래 풍상씨’ ‘오케이 광자매’ 등을 통해 가족애와 훈훈함으로 회귀하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의 자극성 수치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분위기에 편승했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 핏빛치정과 처절한 복수 등을 앞세우고,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 시청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주변인물들의 밉상 행동으로 자극을 준다면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또 다른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압구정 백야’ 등의 작품을 쓴 그는 영혼이나 귀신 등 샤머니즘의 요소를 들여오며, 맥락이 없는 전개에 기이한 결말로 대표된다. 절필을 선언한 후 5년 만에 2020년 TV조선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를 히트시켰으며, 여기서도 갑자기 러브라인의 당사자를 맞바꾸는 등의 기이한 전개로 화제가 됐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로 알려진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3’ 포스터. 사진 TV조선

임성한 작가는 오는 6월 문영남 작가의 ‘빨간풍선’ 후속으로 편성되는 ‘아씨 두리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타임슬립물로 그만의 세계관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벌써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등을 연출한 신우철PD의 연출로 최명길, 박주미, 김민준, 전노민, 한다감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른바 ‘막장 3대 작가’로 불리는 이들의 귀환 그리고 성공적인 실적은 결국 대자본, 캐스팅의 힘으로 중심이 옮겨간 OTT 콘텐츠에 대해 기존 미디어들이 대응하는 모습으로 봐야 한다.

갈수록 TV 콘텐츠의 자생력이나 화제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채널들은 시청률 면에서는 확실한 경력이 있는 이들의 작품을 원하게 됐다. 그리고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세 작가의 수위 역시 조금씩 우상향을 시작하고 있다.

2023년 다시 한번 세 작가가 펼치는 ‘자극의 왕국’이 대한민국 드라마에 펼쳐지게 됐다. 이제는 세대가 바뀐 시청자들의 수요가 어떻게 바뀔지 모두가 세 작가의 손끝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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