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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잠’으로 이선균과 네번째 호흡···뭐든 ‘탁탁’ 아는 사람”

배우 정유미가 21일(현지시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편 현수(이선균)는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인다. 임신한 아내 수진(정유미)은 겁이 난다. 평화로운 공간이어야 할 집은 공포로 가득찬다. 수진은 “둘이 함께라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어!”라고 외친다.

21일(현지시간)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잠’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정유미는 2016년 ‘부산행’에 이어 두번째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전세계 영화인과 관객이 에스파스 미라마르 극장에 들어찼다. 엔딩 크레딧이 오른 후 한참 박수가 이어졌다. 상영 후 정유미를 만났다.

공포와 사랑의 묘한 공존을 설득해내는 데는 두 배우의 역할이 크다. 정유미와 이선균은 ‘잠’ 에서 4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첩첩산중’, ‘우리 선희’에 함께 출연했다. “세 편이나 같이 했지만 촬영 회차가 많지는 않았어요.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다른 장편에서 꼭 만나고 싶었는데 ‘잠’을 통해 만날 수 있어 좋았죠. 현장에서 이선균씨를 보면, 탁탁 뭐든 알아요. 그런 사람이랑 일하면 진짜 편하거든요. 함께 일하면 늘 배우는 게 많고요.”

영화 <잠>의 한 장면. 다정한 남편 현수(이선균)가 잠들면 이상 행동을 하게 되면서 행복했던 가정에 공포가 찾아온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선균은 “신혼부부로 나온다는 설정이 걸린다고 하니, 유미가 ‘오빠 저도 늙어가요. 걱정하지 마요’ 하더라. 그래서 저도 ‘늦게 장가 간 설정으로 하자’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비평가 주간은 영화제의 대표적인 사이드바 섹션이다. 프랑스 비평가 협회 주최로, 신인 감독의 1~2번째 작품 만이 상영된다. ‘잠’은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소풍’ 온 기분이에요. 감독님, 배우들이랑 재밌게 찍고 나서 받는 선물 같다고 할까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순위를 매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뜨거운 관객 반응은 20년차 베테랑 배우인 정유미에게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현지 관객들은)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신다”며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점이라 보면서 재미있고 놀랍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 <잠>에서 수진(정유미)은 남편 현수(이선균)의 이상 행동을 고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는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잠’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영화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집 안, 그 중에서도 침실에서 펼쳐진다. 등장 인물 또한 주연인 정유미와 이선균을 포함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정유미가 ‘잠’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든 부분 역시 컴팩트함이었다. 간결하지만 힘이 있는 이야기에 끌려 유재선 감독을 만났다.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영화에 대한 유 감독의 소개였다.

“감독님이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고 설명하셨어요. ‘꽁냥꽁냥’ 하는 것만이 아닌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러브 스토리라 생각한다고. 그 말이 와닿으면서 머리를 ‘댕’ 맞은 기분이었죠.”

정유미와 유 감독의 설명대로 영화는 내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내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하는 두 인물의 마음이 있다. 정유미가 연기하는 수진은 남편의 이상행동이 계속되자 점차 피폐해져간다. 그러면서도 ‘함께 극복하자’며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나선다.

정유미 배우, 유재선 감독, 이선균 배우(왼쪽부터)가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에스파스 미라마르 극장에서 영화 <잠> 상영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잠’ 이전 정유미의 최신작은 ‘82년생 김지영’. 개봉일 기준으로 4년 전 작품이다. 그 사이 한국 영화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K콘텐츠가 전 지구적 인기를 누리는 한편 국내 극장가에 찬바람이 불면서 연일 ‘위기론’이 나온다. 정유미는 이같은 상황에 관해 일종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저도 가끔 극장에 가면 깜짝 놀라요. 티켓 값은 올랐고 새로 나오는 영화는 없고, 관객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거쳐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시나리오 볼 때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제가 선택하는 영화가 관객 분들이 보는 영화가 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재밌는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죠. 책임감이라고 할까요. ‘잠’이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상영된 영화 <잠>의 이선균, 정유미, 유재선 감독(왼쪽부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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