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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톱 아이돌 배출’ 예술고 교사, 10년간 학생들 상대로 성범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명 예고 학과장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제자가 한 두 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적어도 10년 이상에 걸쳐 범죄가 이어졌으며, 이미 알려진 학생 외에도 스포츠경향이 확인한 피해 여학생만 5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학교는 BXX, TXXXX, NXXXXXXX, IXXX 등 톱 아이돌 멤버를 배출한 예술 고등학교로 유명하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출신 남자 배우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 이에 ‘아이돌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정작 이 학교에 몸 담고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는 십대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고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유린해 온 것이다.

이 학교를 졸업한 현직 뮤지컬배우 B씨는 재학시절인 18세에 A씨의 집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B씨는 학교 근처에 있는 A씨 연습실에서 새벽까지 개인 레슨을 받다 A씨 집으로 가게 됐고, 그 곳에서 A씨가 자신에게 술을 주고 키스를 하는 등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저희 엄마도 선생님과 대면 상담을 자주 했고 선생님을 많이 믿었어요. 그 날도 공연 앞두고 편히 쉬게 하겠다며 선생님이 엄마에게 연락을 해 직접 허락을 받은 거였어요. 그런데 집에서 달달한 외국술을 몇 잔 주더니 갑자기 ‘너를 제자가 아닌 여자로 생각한다’ 며 입술에 입맞춤을 했어요. ‘뭐하시는거냐’고 거부했지만 더 강하게 다가오며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너무 무섭고 놀라서 ‘인간적으로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소리치고 게스트방으로 도망쳐와 밤새 울었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다음날도 그 이후에도 A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하거나 사과하지 않았고, B씨는 믿었던 A씨에게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B씨는 “A씨는 작품 배역을 결정하는 위치였다. 졸업과 대학 입시를 위해 철판 깔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면서 “신고를 한다해도 내가 힘이 없는데 ‘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보는 그런 힘 없는 피해자가 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졸업생 C씨는 일본까지 불려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C씨는 2019년 오키나와에서 진행하는 공연 준비를 도와달라는 A씨의 부탁을 받고 급히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나 다른 기수도 여럿 불렀다는 얘기와 달리 숙소에는 C씨와 A씨 단 둘 뿐이었다.

“A씨가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 잔 하자고 하더니 ‘오키나와에 온 이유가 일 때문이 아니라 여행으로 왔는데 심심해서 널 불렀다’고 했어요. 일단 큰 충격을 받았죠. 숙소가 시내와 동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너무 무서웠습니다. 어떻게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이틀 뒤 한국으로 돌아오자 A씨로부터 장문의 카톡이 왔습니다. ‘네가 너무 생각나서 부른거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라. 오디션을 보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C씨는 “A씨가 학창시절 ‘내가 네 또래였으면 너랑 결혼했을 것’이라는 말을 진짜 많이 했다”면서 “졸업 후 만난 그는 더 위험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마다 아내와 가족 관련 질문을 했는데, 가정과 관련된 질문엔 아예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졸업생과 재학생 중 나보다 더 큰 피해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침묵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늦게나마 피해를 알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스포츠경향이 만난 피해 학생들은 입을 모아 그를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같았다고 표현했다. 그가 자주 하는 말은 “괜찮아” “좋아, 좋아 잘하고 있어” 였고, 누가 봐도 따를 수 있는 믿음직한 교사였다고 한다.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는 실력도 좋았다. 남학생들은 그를 ‘캡틴’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에게 성적으로 ‘찍힘’을 당한 여학생들은 달랐다. A씨는 자신이 예뻐하는 여학생들에게 인사 대신 포옹과 볼뽀뽀를 시켰다. 여학생들과 단둘이 있을 때 “사랑한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고, “너는 허리는 얇지 않지만 골반이 넓어서 괜찮다”는 등 가슴을 비롯해 다리, 허리 라인과 관련한 발언, 일명 ‘몸평’(몸매 평가)을 일삼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이 학교 재학생 중 A씨에게 피해를 입은 십대 학생들은 A씨의 사망으로 큰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D양은 “지난해 A선생님 연습실에서 레슨 당시 수차례 스킨십이 있었다”면서 “이후 자연스럽게 교제를 하게 됐지만 몇 달 뒤 A씨가 ‘그만 만나자’며 이별을 통보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재학생 피해자 E양은 “아직 학생이라 겁이 난다”며 피해 내용을 끝내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보통 얼굴이 알려지는 직업을 갖게 된다. 때문에 재학생 뿐 아니라 졸업생 역시 안 좋은 일로 이름이나 사건이 언급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A씨의 만행은 이 학교 재학생 한 명이 A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그 사실을 학교에 털어 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통보했다. A씨가 사망함으로써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피해 학생은 여전히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피해 졸업생 F양은 “A교사 사망 후 그와 교제했다는 재학생 피해 뉴스를 보게 됐다. 3년 내내 A씨에게 당했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이 생각이 났다. 너무 역겹고 더러워서 먹은 것도 없는데 다 게워냈다”면서 “지위나 권위를 이용해 어린 학생들에게 안좋은 마음을 먹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재학생 G양은 “정말 심각한 문제임에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분위기다. 가해자가 사망해 피해자가 엄청 허탈하고 허망할 것 같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기수에 적어도 3~4명씩 피해자가 있다고 들었다.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학교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측은 스포츠경향에 “사건을 인지한 후 피해자는 곧바로 분리조치했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상대로 공식입장을 내고 학생들과 교직원을 상대로 성인지교육을 실시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면서 “학교 밖에서 일어난 교사와 학생들의 개인적인 일에 대해 일일히 관리를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A씨 유족측에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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