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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백현·시우민·첸 “노예 계약” VS SM “감언이설 외부세력”… 엑소의 미래는?

엑소 첸, 백현, 시우민. 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엑소의 백현, 시우민, 첸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린의 이재학 변호사는 1일 “아티스트들은 앞서 당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모두 7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발송해 투명한 정산자료 및 정산 근거의 사본을 거듭 요청하였다. 하지만 SM은 끝내 자료 사본을 제공할 수 없다는 부당한 입장을 유지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판례에 따르면, 정산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전속계약 해지 사유다. 이에 따라 부득이 6월1일 금일자로 기존 전속계약을 해지함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며 “SM을 상대로 정산금지급 청구 소송을 포함한 모든 민, 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또 전속계약과 관련해서도 부당한 ‘노예계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기존에 무려 12년에서 13년이 넘는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도 모자라 다시금 후속 전속계약서에 날인하게 하여 각각 최소 17년 또는 18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주장하려고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SM 측은 “비상식적인 제안을 하는 외부세력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SM은 “유언비어, 중상모략과 감언이설 등으로 당사 소속 아티스트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전속계약을 위반하거나 이중계약을 체결하도록 유인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SM과 계약 분쟁으로 그룹 동방신기를 탈퇴 후 JYJ를 꾸렸던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SM이 언급한 ‘외부세력’은 비비지, 하성운, 이무진 등이 소속된 빅플래닛메이드엔터로 밝혀졌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SM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백현, 시우민, 첸 관련)영입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백현, 시우민, 첸과 SM이 전속계약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소속 그룹 엑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멤버 카이가 솔로 활동 및 완전체 컴백 계획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군에 입대해 황당함을 안겼던 가운데, 이들마저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함으로써 엑소의 완전체 활동은 물론 그룹의 존속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제2의 동방신기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른다. 지난 2009년 동방신기 멤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는 SM의 전속계약 내용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SM은 멤버들이 활동을 중단해 생긴 손해액 22억을 지급하라는 청구 소송으로 맞섰고, 결국 3년 4개월여의 분쟁 끝에 임의조정으로 일단락됐다.

SM과 계약 분쟁으로 H.O.T 해체 후 멤버 이재원, 토니안, 장우혁이 만든 그룹 JTL. 예전미디어

그러나 5인조로 아시아를 누비던 동방신기는 결국 SM에 남은 유노윤호, 최강창민으로 구성된 동방신기와 SM을 떠난 세 사람이 꾸린 JYJ로 나뉘게 되며 국내외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에 앞서서는 ‘1세대 아이돌’인 H.O.T이 2001년 SM에 불공정계약 의혹을 제기했고, 이재원, 토니안, 장우혁이 팀을 탈퇴해 JTL을 결성하면서 H.O.T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때문에 이번 법적분쟁 역시 앞선 사례들과 같이 팀의 와해로 끝날지, 혹은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낼지 시선이 모인다. 무엇보다 SM을 둘러싼 ‘노예 계약’ 문제가 창립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는 만큼, SM 측의 제스처가 이번 사태의 가닥을 잡을 쟁점으로 보인다.

SM은 백현, 시우민, 첸과 법적분쟁 이유를 ‘외부세력’에 톨리고 “팀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속내” “팬들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 “K팝 산업 전체의 건전한 미래를 위해서” “돈이라는 욕심을 추구하는 자들” 등 감정에 호소하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정작 중요한 백현, 시우민, 첸 측의 정산자료 미제공 및 부당한 장기 계약 강요 주장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SM의 입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정확한 사실관계부터 짚고 넘어가야 마땅하다.

엑소는 2012년 데뷔해 11년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으며 활동해왔다. 멤버 탈퇴나 여러 논란으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지난 2018년 엑소의 노래가 한국 대중가요 최초로 두바이 분수쇼 배경음악으로 선정되는 역사적 이력을 남기는 등 꾸준한 인기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군 공백기로 인해 완전체 활동이 주춤했던 가운데, 이번 사태를 넘겨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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