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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범죄도시3’ 700만 돌파가 의미하는 것들

영화 ‘범죄도시3’ 한 장면.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올해 첫 700만 돌파 영화로 기록됐다. 앞서 여러 한국 영화들이 개봉 후 체면을 세우지 못한 채 족족 간판을 내리는 상황에서, 이번 성적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범죄도시3’는 10일 오후 12시 10분(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 누적관객수 700만1225명을 채웠다. 개봉 11일째 거둔 성과로, ‘한산: 용의 출현’이 지난해 8월 개봉 33일째 돌파한 기록 이후 약 10개월 만의 성과다. 올해 개봉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이기도 하다.

누적관객수 700만 돌파를 자축하는 ‘범죄도시3’ 팀.

‘범죄도시3’는 팬데믹 시대 유일한 ‘천만 한국영화’인 ‘범죄도시2’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개봉 전 유료시사회 개최로 유료관객수를 미리 누적하며 ‘변칙 개봉’이란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그만큼 예비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작품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이 덕분에 개봉 1일째 100만, 3일째 200만, 4일째 300만, 5일째 400만, 6일째 500만, 7일째 600만 달성에 이어 11일째 7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속도는 ‘범죄도시 2’가 개봉 14일째 700만 관객을 돌파한 기록보다 약 3일 빠른 속도이며, ‘범죄도시’(2017) 최종 관객수 688만546명을 넘은 수치이다. 또한 ‘신과함께- 죄와벌’(2017), ‘택시운전사’(2017), ‘기생충’(2019)이 개봉 11일째 700만 관객을 동원한 속도와 동일하다.

‘범죄도시3’의 성공은 ‘관객들이 몰리는 극장용 영화란 무엇인가’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여러 한국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관객이 극장에 오지 않는다’라고 성토했지만,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등이 400만 이상 고지를 넘어서면서 단순히 그것만이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힘든 시기에도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탄탄한 영화엔 대중도 지갑을 연다는 걸 보여줬다.

이야기 줄기가 다소 약한 ‘범죄도시3’의 흥행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간 의미를 준다. 마스터피스급은 아니지만 ‘범죄도시’ 시리즈가 1, 2, 3편까지 모두 흥행시킬 수 있었던 건 마동석의 ‘한방’ 타격감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코믹 액션 장르란 정체성이 통했기 때문이다. ‘엔터테이닝 요소가 강한 팝콘무비’를 향한 대중들의 갈증이 쌓이고 쌓이다 ‘믿고 보는 시리즈’로 자리잡은 ‘범죄도시3’에서 터진 것으로 해석된다.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단비 같은 흥행 소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향후 이런 류의 영화들만 제작되며 ‘장르의 다양성’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범죄도시3’의 흥행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DC 기대작 ‘플래시’, 애니메이션 ‘엘리멘탈’(14일 개봉),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 ‘스파이더맨: 어크로서 더 유니버스’(21일 개봉) 등 신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지만, ‘범죄도시3’와는 장르적으로 결이 달라 큰 장애 요소가 되진 않을 듯 하다. 이런 추세라면 시리즈내 ‘쌍천만 영화’ 탄생도 기대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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