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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금배 영등포공고-보인고 결승전은 ‘모순 대결’

서울 영등포공고 김태원(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제천축구센터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금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서산FCU와의 16강전에서 황성태와 볼 경합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계속 두드리면 뚫린다.”(영등포공고), “원래 우승은 짠물 수비의 몫이다.”(보인고)

날카로운 창이냐, 단단한 방패냐. 2일 충북 제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제56회 대통령 금배 고교축구대회 서울 영등포공고와 서울 보인고의 결승전은 모순의 대결로 불린다.

■창과 방패의 대결

사상 첫 대통령 금배 우승에 도전하는 영등포공고는 ‘창’에 빚댈 만하다. 올해 2월 백운기 우승에 이어 또 한번 정상까지 노리는 영등포공고는 화끈한 공격 축구가 일품이다.

“상대 진영에서 놀자”는 김재웅 감독의 축구 철학대로 쉼없이 공세를 쏟아낸다. 공격 횟수만 많은 다른 팀들과 달리 골 결정력도 출중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6경기에서 18골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3골에 달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연구그룹(TSG)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경기 전 교가를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경기 내내 한 몸처럼 움직일 정도로 헌신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산 4번째 금배 우승을 노리는 보인고는 정반대의 축구 컬러라 더욱 흥미롭다. 매년 프로에 직행하는 선수들이 나올 정도로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보인고가 올해는 짠물 수비로 무장했다.

심덕보 보인고 감독은 “올해 우리가 실리축구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야 우승하더라”며 2021년에 이어 재차 금배를 들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른 팀들보다 조별리그 1경기를 덜 치른 보인고는 5경기에서 단 2실점(8골)만 기록했다. 상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올해 금강대기 우승팀 강원 강릉중앙고와 금배 최다 우승팀인 인천 부평고가 포함돼 더욱 놀랍다.

특히 토너먼트의 가장 큰 변수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선 두 차례나 승리할 정도로 끈질긴 면모를 자랑했다. 다만 결승전은 전·후반 80분으로 경기를 끝내지 못할 때 연장전을 치른 뒤 승부차기에 나선다는 점이 변수일 수 있다.

서울 보인고 권능 골키퍼(왼쪽 위)가 지난달 22일 제천 봉양건강축구캠프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금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강릉중앙고와의 경기에서 펀칭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상반된 팀 컬러, 주장만 봐도 안다

금배 결승전의 모순 대결은 양 팀을 대표하는 선수만 봐도 확인된다. 영등포공고가 3학년 골잡이 김태원을 ‘캡틴’으로 내세웠다면, 보인고는 3학년 골키퍼 권능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김태원은 이번 대회 9골을 터뜨렸는데, 득점 2위인 경기 화성시 U18 이윤재(6골)보다 3골 차이로 앞서 있다. 화성시 U18이 이미 8강전에서 탈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배 득점왕을 이미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태원은 백운기에서도 11골로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반대로 권능은 이번 대회 승부차기에 나설 때마다 2번씩의 선방쇼를 선보인 만큼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금배 골키퍼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 모두 주장의 책임감으로 우승을 이끌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권능은 “영등포공고를 상대로 무실점 수비를 보여주겠다. 혹시 승부차기에 들어가면 3개는 걷어내고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원 역시 “우리가 승부차기를 안 가면 끝이다. 단단한 수비도 계속 두드리면 뚫린다. 동료들이 만들어주는 기회를 살려 골도 넣고 우승도 하겠다”고 받아쳐 주장들의 맞대결도 결승전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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