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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모티프 작가 이길래 ‘늘 푸른 생명의 원천에 뿌리를 내리다-생명의 그물망’ 전

올 1월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독특하고 강렬한 조형언어로 자연의 생명력과 생성원 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길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길래는 한국의 대표적 식물상징인 금강 송(金剛松) 특유의 형태와 모티프를 통해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한 소나무 연작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소나무는 특유의 강인한 몸체와 줄기, 바늘처럼 가늘고 뾰족한 푸른 잎, 오랜 수명, 자연재해에 대한 저항력 등으로 힘과 영원성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또 애국가 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라는 노랫말이 나올 만큼 반만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한민족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예술적 탐구를 기반으로, 소나무 뿌리와 돌의 결합, 자연물과 인체가 융합된 형태의 신작들을 대거 선보이며 고유의 세계관을 더욱 깊고 넓게, 자유롭게 펼쳐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국 적송(Korean red pine)의 뿌리와 돌을 대비시킨 거대한 설치조각을 주요 작품으로 등장시켜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뿌리는 나무가 자라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과 에너지를 흡수하며, 이것은 생명체가 성장하고 생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거대한 뿌리 작품은 생명력과 활력, 자연의 강인한 힘을 상징한다. 작가는 뿌리를 통해 연결된 생태계 시스템을 강조하기 위해 설치방식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2, 3층을 관통하는 전시장 공간 특성을 활용하여 뿌리줄기(650㎝) 위쪽은 하늘로 향하고 뿌리줄기 밑 부분은 14개의 크고 작은 뿌리들(1000㎝)이 2층 전시장 바닥으로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도록 연출했다. 2층에서 뿌리줄기를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거나 3층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게 배치한 것은 땅속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에너지가 뿌리에서 흡수되어 줄기를 타고 위로 뻗어가는 과정을 은유한다. 이는 생명체들이 뿌리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작용하며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뿌리에서 여러 개의 작은 뿌리들이 갈라져 뻗어 나가는 사이에는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이 흩어져 놓여 있다. 돌은 수세기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고요한 불변의 물질로써 시간에 저항하는 강인한 특성을 지녔다. 뿌리와 돌이라는 대립적인 속성 간의 결합은 생명과 불변, 변화와 안정, 유기체와 무기체 등의 상반된 요소들이 연결되어 함께 존재할 때 자연은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Millennium-Pine Tree Root 2023-2, 2023, 650x730x900㎝, copper welding

이길래의 세계관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거쳐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해체와 융합을 핵심 주제로 삼아, 깊어진 사유를 통해 작품세계를 더욱 독자적이고 자유로운 차원으로 이끌어냈다. 대표적으로 동파이프 소재로 만들어진 나무이자 사람, 나무이면서 돌인 작품들은 식물, 인간, 무생물, 자연, 인공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와 에너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우주적인 세계관을 탐험하려는 독창적 시도로 간주된다. 인간, 소나 무, 돌을 결합한 작업은 애니미즘과 통합적 세계관에 대한 개념을 담고 있다.

애니미즘은 사람, 동물, 식물, 사물 등 모든 존재가 에너지와 영혼을 지닌다고 믿는 사상이다. 통합적 세계관은 서로 다른 형태와 속성을 가진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우주적 생명체를 형성한 다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새로운 작업을 통해 차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포용하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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