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아봤는데 너무 귀엽네요. 더 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불화설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합작골에 ‘캡틴’ 손흥민(토트넘)도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고 불리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강인과 진한 포옹을 하며 활짝 웃었다.
손흥민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태국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후반 9분 2-0을 만드는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이 골을 도운 것이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의 왼발 침투패스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뛴 손흥민에게 정확히 배달됐고 손흥민이 특유의 스피드로 수비수를 제친 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직후 어시스트를 배달한 이강인이 손흥민을 향해 뛰어갔고, 기뻐하는 이강인을 확인한 손흥민은 팔을 활짝 펴면서 함께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은 이강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활짝 웃었다. 손흥민은 “축구를 하다보면 서로 승부욕이 강하고, 원하고 요구하는 게 있다 보니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며 “이강인도 팬들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훌륭한 선수,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수없이 말했던 것처럼 기술, 재능적인 측면에서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선수라 확신한다. 5000만 국민께서 보고 계신다는 걸 인지하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표팀은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치른 2023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4강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는 하극상·카드게임 논란이 잇따라 알려져 실망감을 안겼다. 주장 손흥민이 한국 축구 차세대 간판으로 꼽히는 이강인과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전 전날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재편한 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열린 C조 3차전에서 각종 논란을 털어낼 시원한 승리를 노렸다. 하지만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1-1로 비기면서 이날의 경기력·결과가 무척 중요해진 상황이었다.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로 앞서간 이날 전반도 경기력으로 태국을 압도한 건 아니었다. 후반 초반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갔는데, 그 상황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합작해 득점을 만들어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골이 터진 후 둘이 부둥켜안는 장면은 대표팀이 드디어 정상 위치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더운 날씨, 어려운 환경에서 선수들의 헌신과 노력 덕에 좋은 경기를 했고, 좋은 결과를 얻어내 기분이 좋다”며 “오늘 분명히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한 팀이 돼서 멋진 경기를 했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고, 1％씩 더 희생한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