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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도 웃었다…투수왕국 ‘빙그레’

한화 김민우(왼쪽)가 지난 26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재활 끝내고 좁아진 입지 속
무실점 호투로 V…부활 신호탄
류현진·페냐·산체스·문동주 이어
단단한 선발진에 긍정 신호

돌이켜 보면 그날의 진짜 주인공은 김민우(29)였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구단 자체 연습경기를 열었다. 류현진과 문동주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는 소식에 대전 구장에는 포스트시즌에 준하는 취재 인파가 몰렸다. 구단이 유튜브로 생중계한 경기 최다 시청자 수는 7만997명이나 됐다.

류현진은 이날 3이닝 1안타 1사사구 3삼진 1실점, 문동주는 3이닝 2안타 2사사구 1삼진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류현진과 문동주에게 대부분의 시선이 쏠리긴 했지만, 이날 가장 좋은 투구를 한 건 김민우였다.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김민우는 3이닝을 안타나 사사구 없이 ‘퍼펙트’하게 정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로, 아웃 카운트 9개 중 4개를 삼진으로 잡았다.

김민우는 암흑기 한화 선발 마운드를 책임졌던 토종 투수로, 2021년 29경기(155.1이닝) 14승10패 평균자책 4.00의 성적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초반 부진을 겪다가 어깨 부상 여파로 시즌을 일찍 접었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선발 경쟁을 해야 할 정도로 입지가 좁아졌다.

김민우는 이를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했다. 비활동 기간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 훈련을 했고, 호주·일본 전지훈련을 거쳐 과거 구속과 구위를 회복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작년에는 어깨에 문제가 생겨 구속이나 구위가 떨어졌고, 변화구도 밋밋했다. 이 부분들이 올해 다시 좋아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는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안타 3볼넷 6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를 찍었고, 결정구 포크볼도 날카롭게 떨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5월3일 잠실 두산전 이후 약 1년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김민우는 올겨울 자신이 흘린 땀을 믿었다. 그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안 따르면 속상하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며 “남은 선발 자리에 들어가려고 정말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나와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민우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면서 한화는 더 단단한 선발진을 구축하게 됐다. 한화는 올해 류현진, 펠릭스 페냐, 김민우,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한다.

류현진이 지난 23일 잠실 LG와 개막전에서 제구 불안으로 다소 흔들렸지만,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0㎞까지 나온 건 무척 고무적이다. 원래 강점인 제구만 살아난다면 ‘에이스’다운 활약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24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했던 페냐는 막강한 LG 타선을 6.2이닝 2실점으로 억제하는 호투로 남은 시즌 기대감을 키웠다. 사실상 5선발인 김민우가 3선발 몫을 해낸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애초 한화의 3선발은 김민우가 아닌 문동주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MLB) 구단과 이벤트 경기 참여를 위해 개막 전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던 문동주는 애초 등판 일정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김민우가 부활의 조짐을 보인 덕에 한화는 외국인 투수 산체스와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를 4, 5선발로 활용하며 선발진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특히 문동주는 올해부터 ‘이닝 제한’에서 풀려 전력 질주한다. 지난해 선발 투수 평균자책 7위(4.37)에 머물렀던 한화는 한층 강력해진 선발진을 갖춰 새 시즌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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