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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피라미드 게임’ 김지연의 눈물 “학폭 피해자의 감정 크게 와 닿아”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성수지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사진 티빙

배우는 ‘늘 배우는’ 일이다. 배우 김지연은 이번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촬영을 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초반 왕따를 당하며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는 장면, 피해자의 마음이 너무 세게 들어온 나머지 눈물이 터졌다. 이는 곧 그를 괴롭히는 연기를 하던 구설하 역 배우 최윤서의 눈물로 이어졌다. 둘은 찍다 말고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무전으로 ‘김지연이 운다’는 내용이 박소연 감독에게 전달됐다. 다른 장소에서 모니터를 보던 박 감독도 부리나케 촬영장으로 내려갔다. 스스로 ‘울보 감독’이라 평했던 박 감독도 눈물을 흘렸고, 현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대본에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있으니까 크게 마음을 먹고 간 건 맞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그 감정이 오는 거예요. 초반 수지가 괴롭힘을 당하는 1, 2회 주요 장면을 찍을 때 많이 힘들긴 했어요. 이러한 간접적인 경험으로도 크게 감정이 오는데 실제 피해자분들은 어떠셨을까요.”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성수지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사진 티빙

김지연은 티빙에서 스트리밍 중인 오리지널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성수지 역을 연기했다. 달꼬냑 작가의 동명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는 가상의 백연여고 2학년 5반을 두고 매달 한 번씩 인기투표를 해 그 결과대로 서열을 나누는 ‘피라미드 게임’을 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A등급의 월권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이 게임에서는 득표가 없는 ‘F등급’에 대한 왕따가 허용돼 있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 생각했던 부분은 물리적 고통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분명히 아플 수 있겠다’ 생각하고 간 거죠. 하지만 생각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고통이 세게 왔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이나 무력감이 왔어요. 결국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요. ‘가해자는 가해자’라고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좋았어요.”

대부분 신예로 짜인 ‘피라미드 게임’의 촬영장에서 김지연은 의도치 않게 베테랑(?)의 취급을 받아야 했다. 2017년 연기 데뷔 이후 7년 동안 선배들의 뒤를 쫓아온 그가 전체를 아우르는 연기를 해야 했던 것이다. 그에게도 이러한 경험은 새로웠다.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성수지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출연장면. 사진 티빙

“박소연 감독이 처음 봬서 미팅을 할 때 ‘도와주세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저를 100% 믿어주셨고, 연출적인 방향에서는 ‘어떻게 해주세요’라는 말씀은 한 번도 없었어요. ‘이건 어떨까요’라고 해주셨고, 제 의견도 반영해주셨죠. 처음에는 ‘진짜 괜찮으신 건가?’ 싶었지만, 점점 자신감과 책임감이 생겼어요.”

2017년 ‘란제리 소녀시대’를 찍으며 입었고, 2022년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찍으며 입었던 교복을 다시 입었다. 지금까지의 김지연은 특유의 단아한 이미지 때문에 활발하긴 하지만 주로 차분했던 인물을 연기했다면, 이번 성수지는 양면적 캐릭터다. 마냥 정의롭지는 않다. 초반 자신의 살길을 도모했으며, ‘피라미드 게임’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이하자 망설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인간으로 느꼈다.

“사실 참고를 할 만한 캐릭터는 많이 없었어요. 제가 웨이브에서 공개됐던 ‘약한영웅 Class 1’을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서 박지훈씨가 연기한 연시은 캐릭터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개인주의적인 캐릭터로 친구들을 만나서 서서히 학교폭력에 저항하는 모습, 캐릭터가 좋았고 그것의 ‘여자버전’이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죠.”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성수지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출연장면. 사진 티빙

처음 ‘란제리 소녀시대’의 ‘정희‘로 불리던 김지연은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인기를 계기로 ‘고유림’이라는 역할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이번 ‘피라미드 게임’을 하고 나서는 또 별명이 ‘성수지’로 바뀌었다. 김지연은 연기경력에 비해 자신을 내세울 만한 캐릭터가 자주 바뀌는 편이다. 그만큼 그의 연기력이 안정됐고, 캐릭터 해석 능력이 있다는 증거다.

“저는 본체가 잘 안 떠오르는 배우가 너무 좋아요. 김태리 언니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신기했는데, 항상 맡았던 역할로 기억되는 느낌이 있어요. 고유림을 할 때는 너무 고유림으로 많이 불려서 ‘개명을 할까’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고유림을 잊히게 할 작품이 있을까 했는데, 이번에 성수지라고 불러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자신과는 다른 성수지를 연기하면서 김지연은 7년 만에 또 한 번 연기라는 직업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역할은 인간 김지연의 여러 요소를 조금씩 꺼내 펼쳐놓는 일이었다면, 앞으로는 전혀 김지연에게서 없는 면모를 창조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스스로도 상상을 할 수 없는 김지연의 모습, 이 얼마나 흥미로울까.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성수지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사진 티빙

“지금은 연기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요. 음악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OST를 비롯한 음악과 관련한 일은 여유가 생기는 시기로 살짝 미뤄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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