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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호’ 비단길이냐, 가시밭길이냐

비단길이냐, 아니면 가시밭길이냐. 이광종 감독(50)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본선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일전을 벌인다.

한국은 17일 오후 8시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14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전을 나란히 3-0으로 승리해 승점(3)과 골득실(+3)에서 동률을 이뤄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맞대결에서 승리한 팀이 조 1위로 본선에 오른다. 조 1위를 차지하면 28년 만의 금빛 도전에 비단길이 깔린다. 전력과 판세를 따져볼 때 한 수 아래인 조 2위 팀과 맞붙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 2위에 그치면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16강에서 B조의 우즈베키스탄, 8강에서는 D조 일본, 4강에서는 F조 북한 또는 H조 이란과 부딪쳐야 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이광종 감독 | 사진 = 스포츠경향DB

이 감독도 조 1위를 차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전술이 비슷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지난 10일 평가전을 치른 데서 알 수 있다. 당시 한국은 UAE를 2-1로 물리치며 기대를 높였다. 이 감독은 “조 1위를 차지해야 우승도 보인다”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 필승 전략은 장신 골잡이 김신욱(26·울산·1m97)을 앞세운 고공 플레이다. 신장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는 김신욱이 골문을 휘젓고, 그 뒤를 김승대(23·포항)와 윤일록(22·서울) 등 단신 골잡이들이 파고드는 형태다. 중동팀 특유의 단단한 수비에 이은 개인 능력을 살린 역습에 능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부술 수 있는 맞춤 전략이다. 김신욱과 김승대는 지난 14일 말레이시아와 1차전에서도 나란히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인 안용우(23·전남)는 “(김)신욱이 형을 활용한 공격이 전체 전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라며 “시간이 흐를 수록 손발이 맞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신욱이가 수비수를 끌고 측면으로 빠져주는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공격에 물이 올랐다. 이번 경기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고공 플레이가 전부는 아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해법이 될 수 있는 세트피스도 철저히 준비했다. UAE전과 말레이시아전에서 선제골을 뽑아낸 것도 세트피스였다. 골 포스트 안쪽과 바깥쪽, 그리고 순간적인 골잡이들의 움직임에 따른 즉흥적인 공격 등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세트피스 패턴이 준비됐다. 안용우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세트 피스가 많다”며 “말레이시아전에서 보여줬던 움직임도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 예상 베스트11 | 그래픽 = 이은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전에는 조 1위를 넘어 또 다른 의미도 있다. 한국 축구만의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손발을 맞출 기회가 짧아 조직력 완성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환경 아래 실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적표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북한이 중국을 3-0으로 꺾고, 베트남이 이란을 4-1로 무너뜨리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김기동 대표팀 코치(43)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축구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며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한층 발전된 한국 축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대표팀도 같은 시간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인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1차전에서 태국을 5-0으로 꺾었고 인도도 몰디브를 15-0으로 대파했다.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선 우리가 우위에 있다. 패싱 게임을 바탕으로 체력과 조직력으로 승리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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