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시안컵] 이라크전 화두는 ‘은인을 울려라’

“은인을 울려라.”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이라크와의 결전을 앞둔 화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호주 아시안컵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툰다.

이라크 대표팀의 라디 셰나이실 감독. 연합

이라크전 화두가 한국에서 금기시되는 ‘배덕(背德)’에 가까운 까닭은 이라크 지휘봉을 잡은 라디 셰나이실 감독(49)이 과거 한국에 커다란 선물을 안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일본전에서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넣었다. 1-2로 끌려가던 이라크는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움란 자파르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도하의 기적’이라 불린 이 경기 덕에 승점에서 동률인 일본을 골 득실에서 2골 차이로 제치고 미국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셰나이실 감독은 불과 한 달 전에 이라크대표팀에 부임해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3일 숙적 이란과 만난 8강전에서 연장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7-6으로 누르는 대회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애초 우승 후로로 꼽히는 전력은 아니었지만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경계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한국이 상대 전적에서 6승10무2패로 앞섰지만, 아시안컵만 따진다면 방심은 금물이다. 과거 한국은 2007년 대회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로 눈물을 흘렸다. 한국 선수들이 22년 전의 은혜를 잊고 설욕을 다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셰나이실 감독이 겸직하고 있는 카타르SC에서 조영철과 함께 셰나이실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한국영은 “팀을 단단하게 만드는 리더십이 탁월한 분이다. 이라크가 갑자기 강해진 비결”이라며 “우리가 이라크를 이기려면 팀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독님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