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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나응식의 애니뭘?-좋은 혹은 나쁜 동물병원은 있는 걸까

좋은 동물병원과 나쁜 동물병원은 있는 걸까요?

다음 아고라에서 성대수술 이후 3마리의 반려견을 모두 잃은 보호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습니다. 사연 속의 ㄱ병원은 수의사들 사이에서 비위생적인 수술 등으로 악명이 높던 병원이었습니다. 보호자는 왜 하필 그 병원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물병원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몇 가지 일러드리려 합니다.

첫째,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거주지 근처의 병원 중 하나를 정하고 주치의 수의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생후 1년 이전에 하는 각종 접종과 예방적인 중성화 수술 등을 계속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물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쁜 동물병원’은 없지만 ‘맞지 않는 동물병원’은 존재한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강아지 시절부터 반려견의 상태를 지켜본 주치의 수의사는 보호자와 반려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서로가 믿음을 쌓아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근에 동물병원이 여러 곳 있다면 먼저 몇 군데를 비교 방문해 보호자가 느끼기에 알맞은 동물병원을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반려동물과 수의사도 서로를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려견의 병력을 알고 식습관과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수의사는 적합한 진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야간 응급진료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24시간 운영되는 동물병원도 알아둬야 합니다.

둘째, 주치의 동물병원이 생겼다면 1살 이전의 질병관리와 수술 등은 믿고 맡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6세 이후에 발생하는 질환들도 주치의의 의견을 듣고 따르는 것이 적절한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수의사는 직업 특징상 많은 질환을 접하게 되나 모든 과목에 대해서 고도의 전문가 수준으로 알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 어떤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지와 반려인의 최종 결정에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을 너무 여러 곳을 다니게 되면 반려동물에 대한 기록이 섞이게 됩니다. 또 수의사와 반려인의 신뢰관계 형성이 충분히 되지 않아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때 많은 진단적 과정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반려인에게도 정신·경제적 피로도를 줍니다.

주치의 수의사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반려인·반려견은 물론 수의사에게도 모두 도움이 된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셋째,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반려동물 의료상의 부분에서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은 적정 진료비와 제공하는 진료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많이 진행되는 수술비와 진료비는 비슷한 비용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사와 진행되는 수술 과정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중성화 수술과 달리 진료 비용이 너무 저렴하면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과정들이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암컷 중성화 수술의 경우 일반적으로 마취 전 검사와 수술 전 수액처치 그리고 멸균된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합니다. 수술 방법에는 많은 차이가 없지만 마취 전 검사는 어떤 것들이 진행되는지, 수술 전 수액 처치와 수술 후 진통관리가 진행되는지, 마취는 주사 또는 호흡 마취로 진행되는지, 반려견이 마취 시 엄격하게 멸균된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되는지 등에 따라 수술과 진료를 진행하는 인력의 숫자나 장비의 차이가 생기고 비용 차이도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좋은 동물병원과 나쁜 동물병원은 없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사 대부분은 반려동물 건강을 돌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을 삼자면 반려인에게 ‘맞는 동물병원’과 ‘맞지 않는 동물병원’이 있습니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동물병원을 선택하고 주치의 수의사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반려동물의 수명에 큰 도움이 됩니다.

■ 나응식 수의사는?
나응식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야자키대학 동물병원 외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학 강사를 역임 중이며 충북대학교 내과 임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그레이스 동물병원 대표 원장으로 있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 임상동문회장, 고양이 수의사회 편집위원장, 서울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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