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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나응식의 애니뭘?-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최근 영국의 한 수의사가 ‘수의사를 미치게 하는 20가지’라는 주제로 글을 올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 글이 국내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세계 각국에서 일하고 있는 수의사들도 우리와 느끼는 감정 및 생각들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반려인이 동물병원에서 무심코 말하거나 하는 행동들로 인해서 수의사와 신뢰관계를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동물병원을 이용할 때 되도록 자제해야 할 행동들에 관해 알아봅니다.

반려인과 수의사의 관계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만큼 중요하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첫째, 진료를 하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정보를 수의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는 많은 정보가 있지만 선별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운이 없거나 아팠던 아이에게 북어를 삶아 먹였더니 갑작스럽게 회복됐다는데 북어를 먹여도 되나요?”라는 말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좋다 나쁘다는 전문적인 근거는 없다”입니다. 북어는 어패류에 속하고 건조된 양식으로 국내에서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영양학이 발달한 북미권에서는 소비가 거의 없어 이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 및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선의 경우 영양학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오메가 지방산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으므로 “영양학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이 수의사로서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북어, 혹은 다른 음식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다루는 글이 온라인상에 퍼져 있습니다. 이처럼 “~카더라”라는 정보들의 사실 여부는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수의사에게 이러한 정보들은 반려동물 치료의 방향 설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의사와 반려인간의 신뢰관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수의학적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둘째, “치료비가 너무 비싸요”, “사람처럼 반려동물은 왜 보험이 없나”라고 생각하는 반려인 또한 많습니다. 같은 스케일링을 하는데 “왜 사람보다 반려동물의 스케일링 비용이 비싸냐”고 항의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진료에 필요한 여러 과정에서 나오는 비용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확대하는 기사와 방송들로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해서 비싸다’라는 인식을 더욱더 굳히게 됐습니다. 스케일링이라는 치과적 치료 과정만 해도 반려동물의 경우 마취가 동반됩니다. 또 이를 진행하기 위해 받는 수액 처치, 그리고 마취 전 검사 등의 과정은 사람의 치료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과 반려동물 간의 진료비의 차이를 단순히 비교하기는 무의미합니다.

셋째, 진단 및 치료는 수의사의 몫입니다. 반려인께서 진료실 내에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많이 키워봐서 잘 알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진료하는 수의사보다 오래 함께 생활한 반려인이 해당 반려동물에 대해서 더 잘 아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하지만 진료를 진행하는 데 있어 담당 수의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먼저 반려인의 진단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수 있습니다. 또 수의사의 판단에 오류를 범할 수 있게 합니다. 반려인은 해당 반려견의 생활 환경 및 식이적인 상황에 대해 조력자 역할을 했을 때 수의학적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위에 간단히 언급한 세가지 외에도 수의사와 보호자의 신뢰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많습니다. 말을 할수 없는 반려동물의 특징상 수의사와 반려인과의 신뢰 관계는 치료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탄탄한 신뢰관계가 성립이 될때야 말로 반려동물이 적합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나응식 수의사는?
나응식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야자키대학 동물병원 외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학 강사를 역임 중이며 충북대학교 내과 임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그레이스 동물병원 대표 원장으로 있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 임상동문회장, 고양이 수의사회 편집위원장, 서울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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