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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나응식의 애니뭘?-반려동물이 실수하는 이유

생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반려인이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반려동물의 행동학적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의 내용들은 “우리 개가 너무 짖어요” “화장실을 잘 가리다가 갑작스럽게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항상 순하고 착하던 행동을 하다 물려고 달려들어요” 등입니다.

많은 반려인들이 행동학적 문제가 생긴 원인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행동학적 문제를 수학문제 풀 듯이 답을 원합니다. 하지만 행동학적 문제들은 단순한 수학공식처럼 답변을 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양동이 이론’ 또는 ‘물컵 이론’에 대해서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문제 핻동을이 아니라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양동이 이론’ 혹는 ‘물컵 이론’은 스트레스를 담아내는 가상의 양동이 또는 물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람 또한 누군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참아도 심리적 임계점을 넘어서면 폭발하고 상대방과 언쟁 또는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감정적 한계치를 넘어서면 조그마한 상대방의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합니다. 반려동물 또한 심리적 양동이 또는 물컵에 스트레스가 조금씩 차오를 것입니다. 심리적 양동이나 컵이 가득 채워진 후에도 스트레스라는 내용물이 더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 한 방울의 스트레스라고 하더라도 컵은 넘치게 될 것입니다.

넘쳤을 때 나타나는 행동들이 바로 ‘문제적 행동’, 즉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짖거나 공격하거나 화장실 실수를 하는 등의 행동입니다. 행동학적 측면에서 이러한 ‘물컵 이론’(양동이 이론)은 반려동물을 심리적으로 다룰 때 매우 중요한 콘셉트입니다.

반려인들이 직면하는 문제적 행동들은 바로 이렇게 물컵이 넘친 상태에서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왜 컵 안의 스트레스라는 물이 가득 찼고 넘쳐나게 됐는지, 어떻게 하면 물컵 안의 물을 덜어 낼 수 있을지 대한 생각은 놓치기 쉽습니다. 당장 물이 넘쳐났으니 넘친 물을 치우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지요.

꾸준한 관심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해결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행동학적 접근은 컵 안의 물이 최대한 차오르지 않게 노력하는 데 있습니다. 사회화 시기인 생후 3~13주 사이의 어린 반려동물들이 본능적인 충족을 만족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본능 중 하나인 ‘사냥하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냄새 맡기와 놀이 등으로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 자극들이 반려동물을 해하지 않는, 좋은 자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포상(특히 간식)을 주고 자극이 있을 때마다 항상 칭찬해 주거나 간식을 제공해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이 초인종 소리나 문 밖의 발걸음 소리에 반응을 하고 자주 짖는 경우는 보통 외부 자극이 좋은 자극인지 나쁜 자극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호기심 또는 두려움을 나타내는 행동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려동물이 어렸을 때부터 인위적으로 소리나 자극을 줍니다. 이후 상황에 맞게 반려동물을 앉게 하고 침착하게 “괜찮아”라고 하며 간식(포상)을 제공하면서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참지 못하고 짧은 시간만 앉아 있던 반려견이 발생하는 상황들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 칭찬을 받거나 간식을 보상받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짖는 행동 또한 줄어들 것입니다.

여느 사람들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식욕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반려동물 또한 사회적 자극 또는 풍부화 과정을 겪지 못한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불안 증세를 나타냅니다. 심리적인 컵 안에 물이 넘치지 않게 다양한 자극을 좋은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면 인내심이 많고 의젓한 반려견으로 행동하게 될것입니다. 그 책임 또한 반려인의 몫입니다.

■ 나응식 수의사는?
나응식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야자키대학 동물병원 외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학 강사를 역임 중이며 충북대학교 내과 임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그레이스 동물병원 대표 원장으로 있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 임상동문회장, 고양이 수의사회 편집위원장, 서울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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