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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장사’서 ‘소년재벌’된 최정, 뜨거웠던 SK 구애

SK 민경삼 단장은 “정말 좋은 날입니다.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습니다”며 웃었다. ‘FA 최대어’ 최정(27)의 잔류를 확정한 뒤 안도감이었다.

SK는 FA(자유계약선수) 원 소속팀 협상 마감일인 26일 오후 최정과 만나 4년간 총액 82억원의 대형계약을 맺었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한 최정은 야구선수로 평범한 체구(180㎝·84㎏)에도 워낙에 힘이 좋아 ‘소년장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10시즌이 지난 이번 겨울 최정은 ‘천하장사’로 우뚝 섰다. 이제 ‘소년재벌’이라도 불러도 될 것 같다. 계약금만 42억원에 이르는 최정의 몸값은 지난해 FA로 롯데와 4년 75억원(계약금 35억원)에 도장을 찍은 강민호가 갖고 있는 역대 최고 FA 몸값을 뛰어넘는 최고 대우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SK 최정. SK 와이번스 제공

최정은 자타공인 이번 FA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20홈런-20도루(2012·2013)를 두차례나 달성한 호타준족 타자이면서 세차례 골든글러브(2011·2012·2013)를 수상할 정도로 공·수·주에서 리그 최고의 3루수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직 20대 나이로 발전 가능성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모범적인 생활로 리빌딩을 준비하는 SK에는 꼭 필요한 존재다. 그 동안 FA시장에서 간판선수들을 줄줄이 떠나보낸 SK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최정을 놓칠 수 없었다.

최정은 또한 ‘진정성’으로까지 SK를 사로잡았다. 민 단장은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도 남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최정은 협상 과정에서도 팀에 ‘로열티’를 보여줬다”고 했다. 요즘 FA선수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그러하듯 허세를 부리거나 으름장을 놓지도 않았다. 오히려 “저 좀 잘 챙겨주세요”라는 애교섞인 부탁을 했다. 민 단장은 “어릴 적부터 SK에서 뛰면서 최고로 성장한 선수가 팀에 남겠다고 하는데 최고 대우에 더 챙겨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나”며 최정을 잔류시킨 것에 큰 만족감을 이야기했다.

최정은 계약 직후 전화 인터뷰에서 “협상에 큰 걸림돌은 없었다. 올해 부진했는데 구단에서 자존심 살려주면서 가치를 높게 평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FA시장에서 유혹을 뿌리치고 SK에 잔류한 이유에 대해서는 “SK에서 줄곧 뛰어오면서 지금 선수들과 함께 뛰는게 좋았다. 또 코치님, 팬들, 프런트를 생각하면 떠날 수 없았다”며 “개인적으로도 낯선 환경에서 야구하는 것보다 내가 편한 곳에서 더 발전하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은 내년 활약을 자신했다. 최정은 “올해 부상 때문에 내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내년 준비를 잘해서 더 좋은 성적,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며 “최근 부진한 팀도 다시 포스트시즌,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는 욕심을 이야기했다. 또 “팀에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는데 (리그 최고 연봉)에 대한 부담감은 최대한 버리고 책임감만 갖고 그라운드에서 내 실력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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