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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성, 뒤처진 사회③] 서울방산고 김택천 수석교사 “기회적 평등보다 과정적, 절차적 평등이 중요하다"

김택천 서울방산고등학교 수석교사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여러 방면에서 사회화되고 있다. 오랜 기간 학교에서는 댄스스포츠, 치어리더가 여학생이 주로 하는 종목으로 인식됐다. 우리사회가 가진 성차별적 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결국 교육이 성편견을 조장하는 꼴이다.

성에 따른 역할이 고착화돼 있는 대표적인 곳이 학교다. 게다가 여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체제 순응적이다. 사회적, 교육적 환경이 결국 여학생들이 움직이고 싶은 욕구를 막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여학생들만 있으면 체육수업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남녀 불평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없어서 누구도 눈치 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2008년까지 수도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그 때 축구와 농구를 가르쳤는데 모두 하고 싶어 난리를 쳤다. 골프 수영도 마찬가지였다. 수영은 대체적으로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종목이라고 한다. 그래도 여학생들이 수영장에 들어가는 걸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체육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여학생들은 체험 기회가 없어서 처음에는 머뭇거리지만 일단 진입해 계속 하다보면 재미를 느껴서 무척 열심히 한다. 결국 처음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창의성, 비판성, 자기관리, 소통 등이 미래인재를 위해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걸 강화시키는 데는 체육만한 게 없다.

학생보다 교사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여학생이 체육활동을 하는데 기회적 평등은 있지만 절차적, 과정적 평등은 부족하다. 여학생이 남학생과 똑같은 걸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운동은 본능이며 생리적인 욕구다. 먹는 것, 자는 것, 움직이는 것 등 3가지가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움직이는 걸 말살시키는 게 어른이다. 여자가 체육활동에서 남자보다 열등한 건 없다. 여자가 열등하다는 의식은 어른들이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 환경이 바뀌려면 교육환경부터 바꿔야한다. 그건 국가 차원에서 결단해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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