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한 기원(紀元)…즉, 예수 탄생의 해를 원년으로 해서 햇수를 세어나가는 방식이 등장하기 전까지 서구 사회의 연도수 계산 방식은 연호였었다. 율리우스의 달력이 하나의 기준점이 된 상황에서 로마는 황제의 연호에 맞춰 햇수를 세어나갔던 것이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 황제 바뀔 때마다 연호가 바뀌는데…언제 그걸 다 외워? 그리고 황제가 아무리 설치면 뭐해? 하나님 앞에서는 한낱 인간일 뿐인데!”

“맞아! 예수님 정도 되시는 분을 기준으로 삼으면 모를까…연호는 무슨.”

기독교 사회를 중심으로 달력의 기준점을 예수님으로 잡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땅에 태어나신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모두 떠안고 하늘로 올라가신…그러니까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삼자!”

아키텐의 수학자 빅토리우스(Victorius of Aquitaine)가 들고 나온 주장이었다. 기독교인들은 환영했다. 그러나 채택되지는 않았다.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던 것이다. 빅토리우스의 주장은 그 이후 시리아 출신의 책력전문가인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 주교(Dionysius Exiguus)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어이 디오니시우스…거시기 이번에 네가 좀 수고해야 겠다.”

“뭡니까 교황폐하?”

“이번에…애들 보니까 부활절 계산이 완전 개판이더만, 이참에 네가 한번 부활절 계산용 연대표를 만들어 봐야겠다. 뭔 놈의 달력이 전부 개판이야.”

“원래 달력은 개판이었잖아요.”

“그러니까 너보고 고치라는 거 아냐.”

부활절을 계산하기 위해 연대표를 만들라는 명령. 툭 까놓고 말해 연대표 만드는 일…이거 보통일 아니었다. 당장 올해가 몇 년인지도 제대로 짚을 수 없는 상황. 더구나 기존에 쓰는 연대표라는 게 로마 황제의 연호가 아니던가?

“쉬파 왜 하필 로마 황제 연호야? 그노무 매르티르(Martry : 당시의 연호이다)를 볼 때마다 이가 갈려…기독교도들 때려잡는 걸 낙으로 삼았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연호를 우리가 왜 써야 하냐구?”

그랬다. 그 당시 쓰던 매르티르란 연호는 기독교 박해의 선봉장이었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연호가 아니었던가? 기독교 박해를 낙으로 삼았던 황제의 연호를 부활절 계산에 써야 하는 이 아이러니! 결국 디오니시우스는 칼을 뽑아들게 된다.

“좋아! 이제부터 우리도 독자연호를 쓴다.”

“에…그럼 어떻게 하자구요? 교황폐하 따라 연호를 쓰는 겁니까?”

“이 자식이 이거 개념을 소풍 보냈나…마! 우리한테는 예수님이 계시잖아! 예수님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면 게임 끝이야! 황제들 제까짓 게 아무리 건방을 떨어도. 예수님 앞에서는 용 빼는 재주 있겠어? 하나님의 아들이야 하나님의 아들! 황제야 수시로 태어났다 죽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한번 기준 잡으면 그걸로 쭉 가는 거야.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역사는 계속 이어지는 거라구.”

“아….”

“아는 무슨 아야? 그럼 예수님 기준으로 가는 거야!”

“예전에 그 빅토리우슨가 박테리아슨가 하는 수학자가 말한 거 처럼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잡으시려는 거군요?”

“지랄…그걸 꼭 그렇게 따라 해야겠냐? 그리고…대속한 날도 좋지만, 기왕이면 지상의 인간들을 구원하시러 오신 날, 그러니까 태어난 해가 훨씬 더 의미 있고, 좋지 않겠냐? 한번 만들면 지구 멸망할 때까지 갈 달력인데…좋은 게 좋은 거라고, 돌아가신 날 보다 태어나신 날이 훨씬 의미 있지 않겠냐? 인류를 구원하러 오신 날을 원년으로 삼는다…캬 필이 꽂히지 않냐?”

디오니시우스는 그렇게 해서 예수님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삼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그 누구도 예수님이 언제 태어났는지 모르고 있는 상황.

“에…그러니까 예수님은 약 500년 전에 돌아가셨어. 일단은 언제 태어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부활하신지는 알지.”

“그때가 언제입니까?”

“3월 25일 날이지. 넌 마 주교가 되서 예수님 부활하신 날도 모르냐?”

“…그거 믿을 수 있는 겁니까?”

“뭔 소리야?”

3월25일은 춘분절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춘분 때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미신을 가지고 있었고,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면 당연히 이때 부활하셨을 거란 ‘추측’이 3월25일 부활절을 만들었던 것이다(게르만 민족은 춘분 때 땅과 봄의 신인 오스타라Ostara의 축제를 벌였고, 로마에서는 식물의 신인 아티스Attis에게 제사를 지냈다). 부활절만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탄생일, 탄생 연도 등등에 대한 기록은 거의 대부분 추측 아니면, ‘설’ 뿐이었다. 과연 디오니시우스는 예수님이 태어났던 해를 찾아낼 수 있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히스토리 ‘우리는 지금 2007년에 살고 있는 것일까?’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