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력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바로 11분 14초의 오류 덕에 교회의 부활절과 부활절에 연관된 축일들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결국 교황청이 나서게 되는데…

“저기…아무래도 달력을 개혁해야 겠죠?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부활절이 아니라 지각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

“…만들긴 만들어야 겠는데, 그 골치 아픈걸…”

“기껏해야 11분 14초 차이인데…”

“그 11분 14초가 문제라니까요!”

“이 사람이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코리아의 아름다운 고사 몰라? 복지부동이라고…괜히 나서다가 욕먹지 말고, 이런 건 후대에게 물려주는 게 진정 아름다운 공직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오…그렇지! 코리아의 복지부동은 전 세계 공직자가 마음 깊이 새겨둬야 할 금언입니다.”

그랬다. 율리우스 달력의 문제점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라고 해야 할까? 용기를 내서 달력을 고쳐보겠다고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이들은 번번이 ‘복지부동’ 네 글자의 참뜻에 귀의하게 된 것이다. 13세기 교황 클레멘스 4세, 15세기에는 니콜라우스 추기경, 15세기에는 교황 식스투스 4세, 16세기에는 교황 율리우스 2세와 교황 레오 10세까지…수많은 교황과 추기경들이 달력을 개혁하려 했으나 다들 다음세대에게 개혁의 기회를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는 사이 달력과 실제 천체운행의 차이는 10일을 넘어가게 되었고, 더 이상 방치하였다간 부활절을 크리스마스에 지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게 된다. 결국 교회는 1563년 트리엔트 종교회의를 열게 되는데…

“야, 달력 어쩌냐? 왜 대답들이 없어? 네들 목 위에 달려 있는 머리는 뭐야? 악세사리야? 무게추야?”

“……”

“야, 이렇게 부탁 좀 하자. 이번에도 못 고치면 우리 부활절 축일을 어떻게 계산하냐? 응?”

“거시기…그럼 이렇게 하죠? 지금 당장 달력을 고칠 순 없으니까…달력 개혁 위원회를 만드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죽이죠? 원래 일 안하는 것들이 위원회는 여러…가 아니고, 여하튼 위원회부터 만들죠?”

이때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이들 중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었으니…바로 시스텔리 추기경이었다. 시스텔리 추기경…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달력을 개혁해야 하는 당위성과 목적성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는데, 이 당시에는 별 힘이 없었다. 그러나 역사는 시스텔리 추기경에게 ‘제대로 된 달력’을 만들 것을 주문하게 되는데…이 사람이 나중에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된다. 교황이 된 시스텔리 추기경…아니 이제는 그레고리우스 13세는 달력 개혁을 가열차게 추진하게 된다.

“일단 말야. 지금 달력에서 10일을 없앤다! 이게 제일 중요해! 춘분이 다시 3월 21일이 되기 위해서는 10일을 없애야 해. 대신 요일은 그대로 가는 거야. 10일 자르기 전날인 1582년 10월4일이 목요일이니까…10일 자른 10월15일은 금요일이 되는 거야. 그리고 윤년규칙도 바꾼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4년마다 윤년 두는 건 인정하는데…100년으로 나누어지는 해, 그러니까 1600, 1700, 1800년에는 윤년이 없다. 대신 400으로 나누어지는 해에는 윤년을 다시 두는 거다.”

그레고리우스 13세의 달력개혁의 핵심 요체였다. 자, 그런데 말이다. 10일을 건너뛰고 달력을 만들긴 만들었는데, 문제는 이게 너무 딱딱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천체운행과 달력이 딱 들어맞으면 개혁이 성공한 것이니 좋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심각한 문제였다. 왜? 딱 맞아 떨어지려면 10일이 아니라 13일을 건너뛰어야 했다는 것이다. 계산 들어가 보자. 율리우스력이 반포 된 게 BC45년의 일이었다. 그레고리우스의 달력 개혁이 AD1582년의 일이었으니, 양자의 차이는 1627년이다. 당시 율리우스력에서 지구의 공전 주기는 365.25일 이었지만, 지구의 실제 공전주기는 365.24219879일…즉 0.00780121일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그레고리우스력이 반포되기 전까지의 실제 오차를 계산해 보면, 1627x0.00780121=12.69일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12.69일의 오차가 발생했으니 13일을 잘라야 하는 것이 맞으나, 10일을 잘랐다는 것이다. 좀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10일을 잘랐는데도 달력과 천체 운행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오차 값을 10일로 잡았다는 소리는 1582년까지의 오차 값이 9.51일 이거나 10.49일 사이라는 소리인데, 이걸 12.69일에서 빼보면, 최소 2.20일에서 최대 3.18일까지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소리인데…2.20을 0.00780121으로 나누면 282년, 3.18을 0.00780121로 나누면 407년이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즉 우리가 2007년으로 알고 있는 지금이 1600년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혹은 1725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가 아니라 18세기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우리가 잃어버린 407년(혹은 282년)의 시간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알림 ‘역사 서비스 사실은’을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주부터는 같은 작가가 집필하는 리얼타임 정치사극 노종실록 ‘구룡쟁패’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