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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성, 뒤처진 사회①] 스포츠 관점에서 남녀 신체 차이는 없다

남녀 신체는 의학적으로는 다르지만 스포츠 관점에서는 같았다. 이무열 중앙대 의과대학 교수와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남녀 신체 차이는 우열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상이한 것 뿐”이라며 “운동에는 남녀 구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유연한가

“유연성 결정 요소는 남녀 모두 관절과 주위 근육 유연성이다. 특정 근육이 너무 발달하면 다른 쪽은 발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남성이 그렇다. 근육이 덜 발달해도 관절 유연성이 좋으면 몸은 부드럽다. 호르몬이 유연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남녀 골반은 얼마나 다른가

“여자 골반은 크고 넓다. 골반 입구도 넓은 편이다. 다리와 다리 사이가 넓어 더 안정적이다. 그래서 특정 동작은 여자가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골반은 몇 개 뼈가 붙어 구성됐고 모양도 사람마다 다르다. 골반 형태가 동작능력과 크게 연관된 건 아니다.”

-여자는 근육과 지방은 어느 정도인가.

“근육은 남자보다 적고 지방은 많다. 여성이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은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지방세포 안에는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효소가 있다. 여성은 원래 지방과 여성호르몬이 많아 근육 발달은 약간 더디다.”

-근육을 키우려면 지방을 먼저 줄여야하나.

“남성호르몬은 지방조직에서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된다. 지방을 줄여야 근육이 잘 생긴다. 유산소 운동을 먼저 해야하는 이유다.”

-여자는 둔부와 다리에 지방이 많이 모이나.

“사춘기 여성호르몬이 크게 분비되면서 지방세포가 많아지고 그게 가슴, 둔부, 허벅지에 몰린다. 지방이 줄어도 지방세포는 쪼그라든 상태로 있다가 지방이 들어오면 다시 부풀어 오른다. 그래서 여자는 주로 둔부와 허벅지에 살이 찐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남녀 모두 제일 쓰지 않은 부위가 살이 찐다는 것이다. 배가 나오는 것도 앉아서 오래 일하고 자꾸 눕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잔여 영양분은 왜 지방으로 축적하나.

“지방이 탄수화물, 단백질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몸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순으로 에너지를 쓴다. 탄수화물이 적으면 지방이 쓰인다.”

-뼈는 남녀가 다른가.

“크기만 다르다. 다만 남성호르몬 때문에 남자 뼈가 상대적으로 더 콤팩트하다. 그래서 골다공증도 여성에게 더 많다. 여성호르몬을 주입하면 일부가 남성호르몬으로 바뀌어 골다공증은 개선된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을 직접 투입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아서 안 된다.”

-뼈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잘 먹는 것이다. 마르고 슬림한 체형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건강상으로는 좋지 않다. 마르고 슬림한 게 건강하다는 것은 왜곡된 이미지에서 생긴 편견이다. 그 환상에서 벗어나야 건강해질 수 있다.”

-남녀 피부도 똑같나.

“피부 노화 정도는 얼마나 피부를 혹사시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호르몬 영향은 미비하다. 나이가 들면 피부 재생능력도 떨어진다. 아이들 피부가 좋고 성인 피부가 나쁜 이유다.”

-여성에게 연령대별로 필요한 운동도 있나.

“모든 운동은 다 좋다. 골격이 만들어지는 2차 성징 때는 점프 운동이 좋을 것 같다. 성장판이 닫히고 생리가 시작되면 키는 3~5㎝ 정도 밖에 안 큰다.”

-임신기 좋은 운동이 있나.

“양수가 터지지 않을 정도라면 모든 운동이 좋다. 수영이 관절부담도 없어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평소에 하지 않은 운동을 갑자기 하는 건 좋지 않다. 어릴 때부터 해온 운동을 임신 때 그대로 하면 된다.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른 영양 섭취다. 몸에서 사람이 한 명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주 소량의 원소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픈 걸 참거나 노화를 인정하지 않고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통증을 느끼면서까지 운동해서는 안 된다. 운동중독도 강박관념이고 정신적인 문제다.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즐겁게 꾸준히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

-폐경기, 노년기 운동에서 기억해야할 점은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종합운동, 전신운동을 권장한다. 혼자 하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려 할 수 있는 종목이 외로움을 달래고 인간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데도 좋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데 운동량을 젊을 때 수준으로 채우려고 해선 안된다. 노화를 인정하고 운동량을 줄이는 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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