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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성, 뒤처진 사회①] 조성식 한양대 교수 “여자가 운동하는데 왜 눈치를 봐야 하나”

조성식 교수

스포츠는 전통적으로 남성 보존, 지배 영역이었다. 여자는 양념적 요소로 치부됐다. 여자마라톤이 올림픽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을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5㎞마다 구급차를 대기시켰다. 사격에서는 소총부터, 사이클에서는 도로 종목부터 여성은 올림픽에 참여했다. 폭력성과 과격함이 스포츠의 진수로 인식되면서 여성은 쉽고 덜 위험한 것부터 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에 따른 것이다. 행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적으로 강한 운동능력을 가진 남성이 조직 내 파워게임에서도 우월성을 가져왔다. 모두 너무 잘못된 현상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운동하려면 남자와 자녀의 희생이 필요한 것처럼 비춰진다. 엄마 국가대표가 선수촌에 들어갈 때 자녀가 울고 아빠가 안쓰러워하는 TV 장면이 대표적이다. 웃고 응원하는 자녀, 육아는 걱정하지 마라는 남편의 모습이 나와야 한다. 국내프로배구에서는 감독으로 활약하는 여자들이 몇몇 있지만 다른 프로종목에서는 아예 없거나 극소수다. 대한체육회도 여성 임원수를 늘렸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포츠계에서 여성 비중을 높이려면 진정성이 담긴 전략적 접근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여성 선수가 갖는 고유한 모델을 인정해야 한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여성은 3회전 점프를, 남성은 4회전 점프를 한다. 여성이 뒤진다고 봐서는 안 된다. 여성의 점프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반면 남자의 점프는 빠르다. 농구와 배구에서 남자는 호쾌하고 여자는 아기자기하다. 여자 선수가 일부러 남자 흉내를 내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 경기장에서는 열심히 운동하고 밖에서는 여성의 일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그들이 선망의 대상,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세레나 윌리엄스, 박인비, 김연아처럼 말이다.

미국 여성 테니스 스타 빌리진 킹은 “메이저대회 남녀 상금이 같아야 한다”고 일찌감치 주장했다. 그래서 US오픈이 가장 먼저 그렇게 됐고 다른 3개 메이저대회가 따라왔다. 여성부터 ‘독립적으로’ 나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기 위해 강하게 외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남성에 의존하는 여성 스포츠는 주변화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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