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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성, 뒤처진 사회②] 엄마가 뛴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시작했다

운동시키는 엄마 박현옥씨.

운동하는 엄마들은 운동하는 가치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본인도 계속 운동하고 자녀에게도 운동을 권유하고 있다. 그렇게 엄마를 따라 운동한 자녀들은 신체적, 정신적, 관계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한다. 운동하고 소리지르면서 행복해하는 자녀들의 표정은 엄마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엄마들은 “공부보다 건강이 먼저”라며 “엄마가 운동하면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따라서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현옥(41·서울 잠원동)=초등학교 1년 딸이 있다. 수영과 테니스를 한다. 아기 때 생존수영도 했다. 나도 어릴 때 운동을 좋아했는데 기회가 적어 제대로 못했다. 성인이 돼 헬스, 수영, 요가를 했다. 나는 2004~2014년 미국에서 공부했다. 미국인들이 운동을 많이 하는 게 부러웠다. 진입장벽이 낮아서 운동능력이 부족해도 운동할 길이 넓고 장소도 많았다. 미국 여자들은 5세부터 체조, 축구를 한다. 무척 활동적이어서 극한 운동도 많이 한다. 지금 한국은 운동을 잘 하는 사람만 많은 걸 누리는 구조다. 같이 테니스를 칠 사람도 부족하고 인프라도 열악하다. 한국에서 운동하려면 레슨을 받는 수밖에 없다.


운동시키는 엄마 김기남씨.

■김기남(43·경기 용인)=10세 아들은 야구에 빠져 있다. 이전에 말도 늦고 조용한 성격에 친구도 잘 못 사귀었다. 8세 때 대전으로 이사해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데다 야구를 접하면서 목소리도 커지고 자존감도 강해졌다. 6세 때 두 발 자전거를 시작해 7세 때 산악자전거도 탔고 태권도, 스키도 했다. 지난 6월 야구 취미반으로 시작해 지금은 선수반이다. 이전에는 급우들 이름도 몰랐는데 지금은 이름을 줄줄 꿰고 친구들 사이에서 야구를 주도한다. 엄마가 운동을 시켜는 이유는 친구를 사귀기 위함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에 학원 4, 5곳을 다니니 친구들과 놀 기회가 없다.


운동시키는 엄마 헬레나 김씨.

■헬레나 김(41·서울 방배동)=5세, 초등학교 4년, 중학교 1년 등 아들이 셋이다. 외국인 학교를 다니는 첫째와 둘째는 테니스, 인라인스케이트, 스키, 아이스하키를 배웠고 지금 축구, 수영을 한다. 아이들이 건강해서 병원에 갈 일이 없다. 사교성도 무척 좋아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외국 학교에 입학하려면 팀 스포츠를 한 이력이 필요하다. 소속감, 책임감, 배려심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미국 대학교 입학을 원하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단체 운동을 시키는 이유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 전에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해 운동능력이 떨어져 캐나다 사람들과 운동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


운동시키는 엄마 이현애씨.

■이현애(45·서울 압구정동)=10세 아들, 12세 딸이 있다. 아들은 아이스하키, 수영, 농구, 테니스도 하고 있다. 딸은 어릴 때 리듬체조를 했고 지금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해야 정신적, 신체적을 강해지고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아들과 딸 모두 선수생활까지 생각하고 있다. 운동과 공부를 둘 다 잘 하면 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도 받을 수 있다. 나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로 외국에서 자주 훈련했다. 외국에는 빙상장, 수영장, 스포츠센터가 많아 운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스포츠클럽도 잘 조직돼 거기에 끼지 않으면 할 게 없을 정도다.


운동시키는 엄마 홍은정씨.

■홍은정(40·경기 부천)=초등학교 3년, 5년 딸이 있다. 수영, 인라인, 축구, 등산, 마라톤, 스키, 배드민턴, 테니스를 했고 지금 태권도, 피겨스케이팅, 자전거 타기를 한다. 딸들이 대인관계가 넓어졌고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첫째는 친구 사이에서 리더다. 태권도 3품인데 더 해서 경찰이 되겠단다. 둘째는 자신감이 무척 높아졌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키우는 운동이 중요하다. 요즘 여자 애들이 2차 성징이 이른데 학원만 다니고 운동하지 않으니까 뚱뚱해지고 운동을 더 기피한다. 나는 태권도, 요트, 테니스를 배웠고 수영, 마라톤, 골프를 하고 있다. 엄마가 운동을 하니까 딸들도 쉽게 따라하려고 한다.


운동시키는 엄마 남정희씨.

■남정희(41세·서울 광장동)=7세, 초등학교 4년, 6년 등 아들만 셋이다. 첫째는 7세부터 아이스하키를 했고 농구도 4년째다. 둘째는 5세부터 아이스하키를 했고 야구도 한다. 막내도 아이스하키를 한지 6개월 됐다. 어울려 같이 하는 종목이 좋을 것 같아 아이스하키를 택했다. 아이들은 선수로 등록돼 자부심을 느끼고 대회도 자주 나서 의욕도 높다. 몸을 부딪치는 쾌감을 아니까 스마트 기기도 덜 만진다. 나는 미국에서 8년 살았다. 미국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시키지만 어쨌든 아이들 사교성은 좋다. 한국 애들은 어울려 놀 줄 모른다. 체육을 안 하는 학급도 있고 체육을 교사재량에 맡기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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